지하철을 나와 종로 5가 방면으로 약 150m 걷다보면 동대문 종합시장이 시야에 들어오고 여기서 더 걸으면 생선구이 가게들과 닭한마리 가게들이 듬성듬성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동대문 시장의 닭한마리 골목에는 모두 아홉 개의 가게들이 성업중이다.
가게들 중에는 생긴지 2년도 안된 신생집도 있고 30년이 넘은 전통의 맛집도 함께 공존하고 있다. 아홉 개 가게들은 집집마다 고유의 육수 비법을 보유해 손님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닭한마리 요리는 처음에 칼국수에 닭고기를 넣은 닭칼국수에서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그 형태와 요리 방법이 바뀌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다. 세수대야 만한 그릇에 닭 한 마리가 들어간 모습은 닭백숙을 연상시키지만 두 요리는 서로 다르다.
닭백숙은 닭 속에 찹쌀, 인삼, 대추 등을 넣고 삶은 요리다. '닭한마리'는 초벌로 삶은 닭을 통째로 넣고 야채와 함께 끓여 먹는 요리다. 고기를 다 먹으면 남은 육수에 칼국수 사리면을 넣고 더 끓여 먹기도 한다. 가게마다 만드는 방식은 비슷하지만 육수와 양념소스는 집집마다 다른 것이 이 골목의 장점이다.
맛에 자신있는 요리장인들 모인 닭한마리 골목
동대문 닭한마리 골목에서 '진옥화할매'는 가장 손님이 많은 집으로 알려졌다. 이 가게는 1978년 동대문 종합시장에 '원조닭집'이라는 이름으로 터를 잡고 시작했다. 현재는 3층 건물로 확장돼 이 골목에서 닭한마리 가게 중에는 가장 규모가 크다.
주변 상인들에 의하면 동대문시장 닭한마리 매출의 절반은 진옥화할매 닭한마리가 책임지고 있다. 이곳은 국내외 방송의 각종 TV프로그램을 통해 유명세를 탔다. 닭한마리 요리점 중 유일하게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닭한마리를 세트 포장해 전국각지에 판매하는 가게이다.
'공릉닭한마리'는 동대문 시장에 개점한 지 18개월이 된 신생 가게다. '공릉'의 김화균 사장은 "인근 대형 가게의 경우 월 매출이 8~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맛에 자신이 있어 대형 가게 옆에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또 김 사장은 "현재 월매출이 3000만원 수준이지만 내년에는 1억원을 목표로 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공릉동에 본점을 둔 '공릉닭한마리'는 자신들만의 닭한마리 요리를 연구·개발했다. '공릉닭한마리'는 1998년 공릉동 본점을 오픈한 이후 지금까지 서울·경기에 약 20개의 점포를 냈다. 올 11월에는 일본 오사카점이 오픈될 예정이다.
2년도 안된 신생집 인근에는 개업 35년을 넘은 '소문난원할매닭한마리'가 있다. '소문난닭한마리'의 안복순 할머니는 "30년전부터 이곳은 활기찬 곳이었는데 요즘은 경기가 안좋아서 그런지 주변 상인들도 손님도 줄었다"고 걱정했다. 안 할머니는 "그래도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가는 모습이 내게는 그저 즐거움이다"며 웃음을 지었다.
닭한마리 가게들은 저마다 간판에 '원조'라고 적어놓았다. 그 중 '진원조닭한마리'는 다섯 가지 한약재로 만든 육수로 2009년에 특허를 받았다. '진원조'는 특허 받은 가게로 일본 방송을 타면서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물 가게가 됐다. '진원조'는 동대문 시장에 본관과 별관을 두고 서울·경기지역에 총 15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진원조'의 관계자는 "10년 전부터 일본인들이 많아지기 시작해 손님의 1/3 가량이 일본 관광객이다"며 "몇달 전에는 세월호 여파로 매출이 절반으로 감소했고 최근에는 엔저현상으로 일본인 유입도 줄어들었다"고 걱정했다.
'명동닭한마리'는 동대문시장에만 본점, 시조점, 거성점 등 세 개점을 두고 있다. '명동' 관계자는 "닭한마리 요리가 입소문을 통해 동대문 외 지역으로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 닭한마리 가게 운영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동대문 시장의 닭한마리 요리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대만 등으로 널리 퍼지고 있었다.
동대문 시장에는 '명동닭한마리', '진원조보신닭한마리', '진옥화할매닭한마리', '공릉닭한마리', '소문난원할매닭한마리', '동대문닭한마리' 등 총 아홉 개의 닭한마리가 가게가 영업중이다. 이 중 '진원조', '진옥화', '공릉' 등 세 개점은 다른 지역에도 지점을 냈다.
동대문 시장 인근의 부동산 관계자들은 닭한마리 가게들이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동대문 시장에 위치한 대명부동산의 관계자는 "권리금이 있고 없고 큰 차이를 보인다"며 "10평 기준 임대료 1000만원에 월세 100만원부터 임대료 5000만원에 월세 500만원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동대문 시장은 부자재 시장의 특수상권으로 변동이 크게 없고 가게가 나오는 자리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인근의 믿음 부동산 관계자는 "같은 골목에 위치한 생선구이 점포의 경우 15~20평 남짓이다. 장사가 잘되는 곳은 월 수익이 1500만원, 안 되는 곳은 그 절반 정도 되고 권리금은 1억5000만~3억원 정도로 다양하다"며 "닭한마리 점포의 경우 30년 정도 유지된 고정시장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