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켈리 화웨이 부사장 "순환 CEO·화웨이 대학 등으로 창업 초기 마음 이어가"
“미스터 런(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한결같은 사람입니다. 쉽게 변하지 않는 철학을 갖고 있어요. 내용은 단순합니다. 오로지 고객에게만 집중하자는 거죠.”

지난달 22일 중국 광둥성 선전 화웨이 본사에서 만난 조 켈리 화웨이 국제미디어담당 부사장(사진)은 “정보기술(IT) 업계는 어떤 분야보다 변화가 빠르다”며 “아무리 큰 기업도 한순간에 사라지는 이 업계에서 ‘고객 중심’ 가치를 꾸준히 실천하는 런 회장의 정신이 화웨이의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켈리 부사장은 2012년 화웨이에 합류하기 전 영국 최대 통신사 브리티시텔레콤(BT)에서 일했다. 그는 2004년 화웨이 본사에 고객사 자격으로 처음 방문했다. 켈리 부사장은 “당시 다양한 통신장비 회사를 찾아다녔다”며 “모든 회사가 앞으로 선보일 제품에 대해서만 설명했지만 화웨이는 ‘당신네 비전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말해달라’고 해 깜짝 놀랐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회사가 커지면 커질수록 창업자의 정신을 현장까지 전달하기 어려워진다”며 “순환 CEO 제도, 화웨이대학 등의 제도를 만들어 창업 초기의 마음을 회사 전체로 확산시키고 있다”고 했다. 켈리 부사장은 “외부에서 회사를 모르는 CEO를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 멤버가 돌아가며 CEO를 맡게 해 ‘연속성’을 지킨다”며 “스티브 잡스처럼 1인이 사라지면 회사가 흔들리거나 한 사람만 CEO를 맡아 지치는 사태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등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해 성공하는 사례가 많은데, 창업자들은 나이를 먹어가며 철학이 바뀌기도 한다”며 “런 회장은 창업 당시인 44세에 이미 자신의 관점을 갖고 있었고 지금도 흔들림이 없다”고 덧붙였다.

선전=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