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5 봄·여름(S/S) 파리패션위크의 ‘발렌티노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무대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5 봄·여름(S/S) 파리패션위크의 ‘발렌티노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무대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5 봄·여름(S/S) 파리패션위크의 화두는 ‘1970년대’였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은 저마다 오버사이즈, 와이드 팬츠 등 1970년대를 상징하는 스타일이 내년 상반기에 유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 가을·겨울(F/W) 패션계를 이끌고 있는 미니스커트, A라인 원피스 등 1960년대 스타일이 지는 대신 히피룩, 펑크룩, 글램룩 등이 다양하게 유행했던 1970년대 분위기로 돌아간 것이다.

헐렁한 셔츠·통 넓은 바지…1970년대가 돌아온다
1970년대에는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바지를 입기 시작하면서 몸을 옥죄지 않는 통 넓은 바지(와이드 팬츠)가 유행했다. 영화 ‘애니 홀’에서 배우 다이앤 키튼이 입었던 헐렁한 셔츠, 대충 둘러맨 넥타이, 통 넓은 바지 등이 대표적인 스타일이다.

에르메스는 몸의 선을 따라 흐르는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제시했다. 연한 핑크, 오렌지, 베이지, 화이트 등 색상을 기본으로 우아한 오버사이즈룩을 선보였다. 다양한 길이의 맥시 스커트와 와이드 팬츠 등이 눈길을 끌었다. 맥시 스커트는 1970년대에 등장한 무릎 아래부터 발목 위까지 길이의 긴 스커트를 말한다.

샤넬은 넉넉한 치수의 오버사이즈 테일러 슈트를 선보였다. 여성의 힘을 상징했던 1970년대 매니시룩을 새롭게 제시했다. 화려한 기하학 프린트를 슈트, 부츠 등에 다양하게 적용하면서 여성스러움도 강조했다.

셀린느, 로에베, 아크네 스튜디오, 겐조 등도 오버사이즈를 기본으로 한 스타일을 내놓았다. 이 중 겐조는 맥시 스커트, 롱 드레스, 롱 셔츠, 롱 재킷 등 다양한 오버사이즈 제품을 선보였다. 드리스 반 노튼은 정교하게 색상을 재배열해 히피를 연상시키는 보헤미안 룩을 제안했다.

1970년대의 영향은 구두에도 반영됐다. 올 상·하반기에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슬립온(발등이 미끄러지듯 들어가는 끈 없는 신발) 열풍이 시들해진 반면 끈이 있되 부드러운 가죽으로 발등을 감싸주는 옥스퍼드화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밑창이 두툼하고 끈으로 발목을 감싸주는 플랫폼 슈즈도 내년 상반기에 인기를 끌 전망이다.

‘니트 웨어’의 대명사인 소니아 리키엘은 최근 영입한 수석 디자이너 줄리 드 리브랑의 첫 쇼를 통해 “46년 역사의 낡은 브랜드가 산뜻하게 바뀌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브랜드 탄생 125주년을 맞은 랑방은 그물망, 레이스를 기본으로 한 여성스러운 의상, 브랜드의 역사를 반추해보게 하는 의상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샤넬은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해 건립된 그랑팔레 내부에 주택가 사진을 프린트한 대형 입간판을 배치, ‘샤넬가(街)’로 바꿔 화제가 됐다. 두세 명씩 짝을 지은 모델들은 일반 여성들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면서 걸어나왔다.

쇼 막바지에는 ‘히스토리 이즈 허 스토리(History is her story)’ 등이 적힌 피켓을 든 90여명의 모델이 시위대처럼 스피커를 든 채 여권신장을 외치며 한꺼번에 쏟아져나오는 장면을 연출했다.

파리=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