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파사트
폭스바겐 파사트
“우리가 유럽에서 아낀 이산화탄소()량만 1억유로(약 1340억원)어치입니다.”(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

지난 2일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개막한 ‘2014 파리 모터쇼’. 이달 19일까지 열리는 이번 모터쇼의 주제는 ‘자동차와 패션’이었지만 행사장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단어는 였다.

전시된 차량의 안내판에는 한결같이 주행거리 ㎞당 배출량이 선명한 글씨로 적혀 있었다. 유럽연합(EU)이 ‘2020년까지 자동차 업체가 생산하는 전 차종의 평균 배출량을 ㎞당 95g으로 줄이라’고 주문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지금은 업체당 평균 배출량이 130g을 넘는다.
재규어 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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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전시회에 참가한 자동차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빈터콘 회장은 “EU의 엄격한 규제 때문에 자동차산업이 위험을 겪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피아트크라이슬러 회장도 “( 규제가) 감내할 수 있는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규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지자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이번 모터쇼에서 휘발유나 경유를 적게 쓰고 배터리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를 대안으로 내세우는 분위기였다. 프랑스 르노와 푸조시트로앵, 폭스바겐 등이 모토쇼에 ‘리터카’라고 내놓은 차량이 모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였다. ‘리터카’는 전기 모터와 내연기관의 힘을 합해 1~2L의 연료로 100㎞가량을 달릴 수 있는 차다.

업체 간 제휴가 활발해진 것도 이번 모터쇼의 특징이다. 르노닛산얼라이언스와 메르세데스벤츠가 대표적이다. 두 회사는 2010년 자본 제휴를 통해 엔진과 차체 제작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넓힌 데 이어 이번 모터쇼에선 자율주행차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이 지난 3일 디터 체체 벤츠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협상 테이블에 모든 안건이 올라올 수 있다”고 하자 체체 회장이 “(양사의 관계는) 점점 더 알아서 굴러가는 단계”라고 화답할 만큼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러시아도 화두였다. 체체 회장은 “러시아 경제위기 등으로 인해 올해 유럽 자동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형근 기아자동차 부회장과 이유일 쌍용자동차 사장도 이구동성으로 “유럽에서 영업하는 모든 자동차 업체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러시아”라고 말했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 규모는 우크라이나와의 갈등과 미국의 경제 제재 등으로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 이상 줄었다.

파리=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