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거액자산가들 "전단채 좀 구해줘"
마켓인사이트 10월3일 오후 3시23분

거액자산가들이 여윳돈을 굴릴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해 전자단기사채 시장에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량 기업들은 사상 최저금리를 활용하기 위해 장기 자금조달 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어 전자단기사채 ‘품귀 현상’이 심해질 전망이다.

◆전자단기사채 시장 올 40% 성장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자단기사채 발행잔액은 9월 말 현재 19조5000억원으로 올 들어 매분기 2조원 안팎씩 늘어났다. 최소 투자금액이 1억원으로 금융상품 중에서는 비교적 많은 편이지만 거액 자산가들의 풍부한 수요가 빠른 증가세로 이어지고 있다.

강양수 하나대투증권 포트폴리오솔루션실 부장은 “최근 수익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전자단기사채를 구해달라는 개인 고객이 계속 늘고 있다”며 “짧은 만기에 맞춰 반복적으로 투자하면서 시장을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또 “시중은행 이자가 워낙 낮아 이보다 만족스러운 상품을 구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자단기사채 중 가장 우량한 ‘A1’ 신용등급의 수익률은 연 2%대 후반 수준이다. 지난해 3% 중반에서 급격히 떨어졌지만 4대 시중은행 1년 정기예금 이자인 연 2.1%보다는 높다.

◆연 3%대 수익률 ‘인기’

개인 투자자들은 연 3%대 수익을 돌려주는 신용등급 ‘A2’ 이상 전자단기사채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A2 이상 전자단기사채 중 증권사들이 가장 빈번하게 판매한 종목은 ‘징코트리제일차’다. 기관투자가 추정 거래를 제외할 경우 평균 9억원 단위로 100건이 넘는 판매가 이뤄졌다. 같은 이름의 특수목적회사(SPC)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채권을 유동화한 증권으로 지난달 12일 75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만기는 2개월, 유통금리는 연 3.6% 수준이다. SK건설이 원리금 상환을 보증한다.

이 밖에 에르메스풍무제오차(한화건설 보증), 에이치에스캐슬제일차(롯데건설 보증) 등 연 3% 이상 PF 대출을 유동화한 상품의 거래가 유난히 많았다.

하지만 전체 물량이 많지 않아 개인 투자자들은 원하는 전자단기사채를 골라 투자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게 유통시장 참여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투자자 대부분이 2~3개월마다 차환(기존 물량의 상환을 위한 발행)하는 시점에 재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지성구 한화투자증권 리테일채권파트장은 “고객의 수요는 많지만 공급 물량이 매우 부족하다”며 “최근에는 우량 기업들이 초저금리를 활용한 장기 조달 쪽으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해 신규 발행 물량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 전자단기사채

지난해 1월 도입됐다. 만기가 3개월 이하인 회사채로 단기 자금운용에 적합한 상품이다. 전자상품이다 보니 종이로 거래하는 기업어음(CP)과 달리 유통 과정에서 분실 위험 등이 없고, 액면금액(100억원, 50억원 등)과 관계없이 투자가 가능해 CP 시장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