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일정 확정…'벼락치기' 국감 준비, 보좌관·공무원 "죽을 지경 …"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3일간의 황금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었지만 수많은 국회의원 보좌진이 출근했다. 정부 부처 공무원들도 서류뭉치를 손에 쥐고 분주하게 의원실을 들락날락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7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준비하느라 이번 연휴 동안 계속 출근해야 할 것 같다”며 “기획재정부 국세청 한국은행 등에 자료를 요청하고, 받은 자료를 보도자료 형식으로 가공하려면 밤을 새워도 모자란다”고 말했다.

여야가 국감을 7일부터 27일까지 진행하자고 합의한 것은 지난달 30일 저녁이다. 국감 시작 1주일 전에야 일정이 확정돼 보좌진이나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벼락치기’ 하듯 국감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부실 국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관계자는 “당초 이달 중순인 13일 정도 국감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당혹스럽다”며 “피감기관에 자료를 요청하는데 내실 있는 자료가 올지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보통 원하는 답변이 한 번에 오는 경우는 드물다”며 “피감기관에서 보내온 자료를 검토한 뒤 추가 요구를 두세 번 정도 더 하는데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보좌관은 “우리는 아직 원하는 자료를 받지도 못했는데 벌써 국감 질의서를 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피감기관인 정부 부처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들도 고생하기는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의원실의 한 비서관은 “정부 부처 역시 밀려오는 자료 요구에 다 응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휴일인데도 피감기관 사무실에 전화를 걸면 모두 출근해 있더라”고 했다.

이처럼 급작스럽게 국감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은 여야가 스스로 정한 국감 일정을 지키지 않아서다. 여야는 내실있는 국감을 하기 위해 올해부터 분리 국감을 실시하기로 지난 6월 합의한 바 있다. 1차 국감을 8월26일부터 9월4일까지, 2차 국감을 10월1일부터 10일까지 하기로 했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싸고 여야가 정쟁을 벌여 국감이 계획대로 열리지 못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달 16일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직권 결정하며 국감을 10월1일부터 20일까지 실시하자고 했지만 여야는 이 일정 역시 지키지 않았다. 결국 몇 차례나 예상 일정이 바뀌며 의원실이나 피감기관 모두 제대로 국감을 준비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