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 첫날 용산의 한 단말기 판매점을 찾은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공시된 보조금이 생각보다 낮다”고 말했다. 아니 정부는 처음부터 이리 될 줄을 전혀 몰랐다는 말인가. 주무당국 책임자가 사돈 남 말 하는 것 같다. 어이가 없다.

정부가 보조금 차별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보조금 상한선을 정해 놓고 공시하도록 의무화할 때 이는 예상됐던 결과다. 이런 구조 하에서 보조금을 상한선까지 꽉 채워주겠다는 통신사가 나올 리 없다. 통신사가 마치 담합이라도 한 듯 일제히 보조금을 내려 공시할 건 볼 보듯 뻔한 것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보조금 차별은 없어졌는지 몰라도 하향평준화가 되고 만 셈이다. 그나마 보조금을 다 받으려면 그만큼 비싼 요금제를 택해야 한다. 이게 누구를 위한 법이냐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단말기도, 요금도, 위약금도 다 비싸졌다는 볼멘소리만 가득한 상황이다.

소비자만 그런 게 아니다. 단통법 시행 첫날 번호이동건수가 지난달 22~26일 일평균 번호이동건수의 3분의 1로 뚝 떨어졌다. 이러다 보니 당장 일선 대리점부터가 울상이다. 공기계나 중고품 판매가 늘어난다지만 혁신적인 신제품 판매는 그만큼 줄어들어 국내 제조사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당장 좋아진 쪽이 있다면 보조금을 덜 쓸 수 있게 된 통신사다. 하지만 통신사도 시장 전체가 침체에 빠지면 결국 좋을 게 하나도 없다.

모두가 불만인 이런 법을 대체 누가 만든 것인가. 이제 와서 방송통신위원장이 보조금이 적다고 하면 뭘 어쩌자는 것인지. 통신사 손목을 또 비틀어 보조금을 더 올리라고 하겠다는 생각은 아닐 것이다. 모든 걸 행정명령으로만 해결하겠다는 잘못된 발상이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