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 감시를 강화하는 전담 부서를 늘리기로 했다. 최근 노대래 위원장과 김학현 부위원장이 잇따라 대기업 조사에 나서겠다고 발언한 가운데 공정위가 정부의 경제 활성화 기조에 무뎌졌던 칼끝을 다시 벼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2일 안전행정부와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 본부와 공정위 서울사무소에 각각 시장조사과와 유통거래과가 연내 신설된다. 시장조사과는 총수가 있는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등을 감시하는 부서다. 지난 2월 규제가 강화된 대기업의 총수 일가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를 집중 감시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공정거래법이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하자 안행부에 국 단위의 조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협의 끝에 기존 시장감시국에 관련 부서 1개만 신설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실제 적용되는 내년을 앞두고 인력 운용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사무소에 새로 만들어지는 유통거래과는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대규모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 불공정거래 행위를 집중 감시하는 부서다. 본부에 이미 같은 이름의 부서가 있지만 지난해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 유통법)’이 시행되면서 관련 업무가 폭증, 유통거래과를 서울사무소에 추가로 만들기로 했다.

대규모 유통법은 ‘갑을관계’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빈번한 유통업계의 질서를 바로잡는 규범을 담고 있다. 유통거래과 신설로 공정위 서울사무소의 조직은 6개로 늘어난다. 안행부 관계자는 “이번 조직 신설로 공정위 직원은 10명 이상 증원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위 본부와 서울사무소에 신설되는 시장조사과와 유통거래과는 감시 분야가 다르지만 대상은 모두 대기업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정부의 경제 활성화 기조에 숨을 고르던 공정위는 최근 대기업 중심으로 조사를 늘리고 있다. 노 위원장은 지난 18일 “대기업들이 환율하락 부담을 협력업체에 부당하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수출 대기업을 집중 조사하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지난달 김 부위원장은 삼성,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 계열사 187개의 내부거래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