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체인저'가 되자] 전기값 아끼는 그린 반도체 뜬다
“다섯 배나 비싼데 왜 이걸 사야 하죠?” 삼성전자가 지난 7월 데이터 센터용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제품(845DC EVO)을 내놓자 한쪽에선 이런 의문을 제기했다. 개당 가격이 850달러로 기존 하드디스크(HDD)의 170달러보다 월등히 비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품 설명을 듣고 나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제품은 기존 HDD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250배 빠르면서도 시간당 소비 전력이 고속 동작 때는 3분의 1, 대기 모드 때는 7분의 1에 불과하다. 예컨대 기존 HDD 600대를 이 제품 90대로 교체하면 비슷한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전기요금을 매년 3000만원가량 절약할 수 있다. 이런 장점 덕분에 SSD는 데이터센터 업계에서 HDD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반도체 시장에서 전력 소비가 적은 ‘그린 반도체’가 새롭게 각광 받고 있다. 과거에는 데이터 처리 속도가 반도체 성능을 좌우했지만, 요즘은 이에 못지 않게 ‘저(低)전력’이 핵심 마케팅 포인트로 떠올랐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 확산으로 이용자들이 쏟아내는 데이터 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센터는 그린 반도체의 주된 수요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만큼 전력 소비가 엄청나다”며 “그린 반도체는 이로 인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 삼성전자가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홍콩에서 열린 ‘투자자 포럼’에서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전력과 서버 용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며 그린 반도체를 새로운 성장동력의 하나로 내세웠다.

SK하이닉스는 ‘친환경 제품’이란 이름으로 그린 반도체 전쟁에 가세했다. 모바일 기기용 저전력 반도체를 내놓고 있을 뿐 아니라 D램과 낸드플래시 제품을 중심으로 제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정부의 저탄소 인증도 받았다.

인텔, 애플 등 글로벌 업체도 그린 반도체에 적잖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텔은 지난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한 ‘인텔 개발자 포럼 2014’에서 웨어러블(입는) 기기 및 사물인터넷(IoT) 전용 프로세서인 ‘에디슨’을 공개했다. 인텔의 기존 저전력 프로세서 ‘아톰’에 비해 전력 소비량이 10분의 1에 불과한 제품이다.

애플도 지난해 저전력 통신칩 제조사인 ‘패스이프’를 인수했다. 전문가들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는 물론 애플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에 저전력 부품 사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삼성전자의 데이터 센터용 SSD는

기존 데이터 센터용 하드디스크(HDD) 대비 ●가격은 5배 비싸지만 ● 데이터 처리속도 250배 빠르고 ● 시간당 소비전력은 3분의 1~7분의 1 ● 1와트(W)당 데이터 처리 효과 875배 ●가격 대비(투자비용 1달러당) 데이터 처리 효과 49배가 있다. 자료:삼성전자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