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등장한 해외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상장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종목별 하루 거래대금이 50억~100억원 선에 달한다. 한 달을 기준으로 하면 종목당 1조~2조원의 자금이 움직인다는 계산이다. 국내에 상장된 28개 해외지수 ETF 중 90% 이상의 하루 거래액이 1억원을 밑도는 ‘무관심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인기인 셈이다.

○해외 레버리지 ETF 인기 몰이

변동성 즐기는 투자자들, 해외 레버리지ETF로 몰린다
지난 1일 상장된 ‘TIGER 합성-차이나A레버리지’는 4일 122억원어치가 거래됐다. 상장 4일차의 새내기 상품이지만 국내에 상장된 해외지수 ETF 중 가장 거래량이 많았다. 거래대금 2위와 3위도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KStar 일본레버리지(H)’가 53억원, ‘ARIRANG 합성-차이나H 레버리지(H)’가 46억원어치씩 거래됐다.

이용국 한국거래소 증권상품시장부장은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탓에 코스피200지수 연계 레버리지 상품 투자자 중 일부가 해외 지수 레버리지 상품으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지수 레버리지 상품은 이미 시장에 안착한 단계”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해외 지수 레버리지 상품은 모두 4종이며 일본과 중국 지수를 추종한다. 이 상품들은 국내에 선보인 지수 연계 ETF 중 가장 공격적인 상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수의 방향만 맞히면 하루에도 2~3%의 수익을 얻을 수 있어서다. 코스피200 등락폭의 두 배만큼 움직이는 KODEX레버리지와 기본 구조가 같지만, 해외 지수 연계 상품의 변동성이 더 크다.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코스피200지수의 변동성이 뚝 떨어진 탓이다.

○“박스권 장세의 새로운 선택지”

전문가들은 해외 지수 ETF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말까지 지수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인버스 ETF를 포함해 5종의 변종 주가연계증권(ELS)들이 추가 상장되기 때문이다. 특히 12일 상장 예정인 삼성자산운용의 ‘KOEDX China H 레버리지 ETF(H)’는 거래소 신탁액이 기존 중국 레버리지 ETF들의 6배인 600억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상품으로 꼽힌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기존 해외 지수 ETF는 국내 지수형 ETF에 비해 변동성이 높았지만 개별 종목 투자자들이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다”며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들이 해외 지수 레버리지 ETF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의 인기로 해외 투자가 친숙해진 것도 해외 지수 ETF의 저변이 빠르게 확대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ETF의 장점은 연 0.5% 내외의 저렴한 수수료다. 연 2% 안팎의 보수를 받는 펀드에 비해 시장 참여 비용이 저렴해, 단기 투자 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국내 ETF와 비교하면 세금 측면에서 불리하다. 면세 혜택을 주는 국내 지수 ETF와 달리 매도 시점에 매매차익의 15.4%를 배당소득세로 내야 한다.

■ 레버리지ETF

ETF는 특정 지수의 움직임을 복제, 지수가 움직인 비율만큼 등락하는 상품이다. 주식처럼 상장돼 있어 자유롭게 사고팔수 있다. 레버리지 ETF는 선물과 옵션 등의 파생상품을 활용, 변동성을 높인 상품을 의미한다. 지수와 등락 방향은 같지만 움직임은 지수의 두 배로 공격적 투자를 위한 수단으로 쓰인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