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현상은 박 대통령이 지난달 초부터 몇몇 회의에서 “국민들이 모르는 정책은 의미가 없다”며 정책 홍보를 강화하라고 주문한 뒤 뚜렷해졌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직접 자신이 참석한 행사가 언론에 제대로 보도되는지 체크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래서인지 때로는 과잉 홍보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뮤지컬 ‘원 데이’를 보러간 지난 27일이 그런 경우다. 당시 부산지역은 폭우로 큰 피해를 입었고, 국회는 세월호법 처리를 놓고 여야 간 극한 갈등을 빚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문화공연 관람이 적절한지를 놓고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언론사에 전화를 돌려 “돋보이게 써달라”고 연신 부탁했다.
문제는 청와대 홍보가 일방적이라는 사실이다. 홍보를 강화한다면서도 청와대 인사들은 언론 취재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수석이나 비서관들이 기자들의 전화를 피하는 빈도는 오히려 늘었다. 전화 통화가 성사되더라도 답변은 “모르겠다”, “답해줄 수 없다”밖에 없다. “말했다가 나 잘린다”는 읍소도 종종 듣게 된다. 한 수석비서관이 사석에서 한 발언이 외부로 알려진 일이 있고 난 이후 다른 수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기자들과의 약속을 줄줄이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면서 대통령 행사가 있는 날이면 관련 수석들은 기자들이 일하는 춘추관으로 득달같이 내려와 브리핑을 자처한다. 하지만 말이 브리핑이지 준비해온 자료를 읽는 데 그친다. 한 수석은 30분 이상 자료를 읽은 뒤 기자들의 질문이 나오자 “두 개만 받겠다”며 간단히 답한 후 서둘러 자리를 떴다. 언론이 정작 궁금해하는 점에는 귀를 닫으면서 대통령의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것이 요즘 청와대 모습이다.
도병욱 정치부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