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유조선 전문선사인 SK해운이 영구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해운은 4000만달러(약 408억원) 규모의 CB를 다음달 발행하기로 했다. 명목 만기는 10년이지만 회사가 계속 연장할 수 있는 구조다. 국민연금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 특수목적회사(SPC)가 362억원, 대우증권 홍콩법인이 46억원 규모로 인수할 예정이다.

영구채는 만기 현금상환 의무가 없어 회계상 자본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일반 회사채보다 이자비용이 비싼 게 단점이다. 이번 영구 CB 발행금리는 발행일로부터 5년까지는 연 7.5%, 그 이후부터는 연 11.5%로 높아진다. 투자자에겐 5년 뒤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권이 제공된다.

SK해운은 유동성을 조달하는 동시에 6월 말 기준 1296%에 달하는 연결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영구채 발행을 추진해왔다. 해외 계열사 손실 등으로 고전해온 SK해운은 1분기 29억원의 연결 순이익을 내기도 했으나 2분기에 다시 1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번 발행이 성공하면 SK해운은 국내 두 번째로 영구채를 발행하는 해운사가 된다. 국내 2위 해운사인 현대상선이 2012년 12월 자체 신용으로 200억원어치 영구채를 발행했다.

하지만 이후 해운사의 영구채 발행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되자 은행권의 지급보증을 통해 3000억~4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추진했으나 은행들의 거절로 성사되지 않았다. 두 회사는 이후 자산 매각 등 다른 방식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해운업계에서는 SK해운이 한진해운·현대상선의 지난해 실패를 참고해 금융권의 신용보강 없이 자체 신용만으로 영구채 발행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SK해운은 지난 6월 싱가포르에 있는 선박급유(벙커링) 담당 자회사 SK B&T의 지분 45%를 산업은행 사모투자부(PE) 등에 매각해 8100만달러(약 82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세계 금융위기 후 오랫동안 불황에 시달렸던 국내 해운업계는 최근 들어 수익성이 조금씩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성수기인 3분기를 앞두고 컨테이너선 위주로 운임이 올라가면서 한진해운은 지난 2분기에 영업이익 기준 흑자전환했고, 현대상선도 적자폭을 크게 줄였다.

이태호/이상은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