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이 채용 일정을 속속 발표하면서 하반기 대졸 공개채용이 본격화됐다. 지난해 10월 현대차 인적성시험(HMAT)을 마친 수험생들이 서울 건국대 시험장을 나오고 있다. 한경DB
주요 대기업이 채용 일정을 속속 발표하면서 하반기 대졸 공개채용이 본격화됐다. 지난해 10월 현대차 인적성시험(HMAT)을 마친 수험생들이 서울 건국대 시험장을 나오고 있다. 한경DB
삼성그룹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68%가량을 해외에서 올렸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해외 매출 비중은 89%에 달했다. 공장도 국내보다 베트남, 중국 등에 많이 짓는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비슷하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해외공장 생산 비중은 54.9%로 2~3년 내 60%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대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보는 시각은 곱지 않은 편이다. 국내보다 해외 투자에만 열을 올리면서 국내 고용 창출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한국경제신문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함께 분석한 30대 그룹 고용통계를 보면 이런 비판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30대 그룹 국내 고용 사상 최대

이번 분석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지정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상위 30개 그룹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각 그룹이 공정위에 제출하는 국내 근로자 숫자로, 법인 설립이나 기업 인수합병(M&A) 등에 따른 해외 근로자 증가분은 제외했다.

분석 결과 2004년부터 작년까지 30대 그룹 근로자는 매년 평균 4.8% 증가해왔다. 77만여명이던 30대 그룹 국내 근로자 수가 9년 만에 52만명 이상 늘어 130만명에 가까워졌다. 미국발(發)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7~2008년 근로자 수도 각각 1.9%와 3.6% 늘었다.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대기업의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한 비판이 드셌던 2012년과 작년 고용 인원도 각각 4%와 5%로 증가했다. 30대 그룹의 해외 사업 비중이 크게 늘면서 국내 고용이 이전보다 많이 줄었을 것이란 우려가 ‘기우’였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이철행 전경련 고용노사팀장은 “주요 그룹이 고용·인력구조를 노동집약형에서 기술집약형으로 바꾸고 있을 뿐 고용 자체를 줄이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자리 늘리는 대기업] 삼성, 고용기여도 1위…신세계·SK·CJ, 일자리 증가율 2배 넘어
◆고용증가율 1위는 신세계

그룹별로 보면 삼성의 고용기여도가 가장 컸다. 2007년과 2012년 두 차례 근로자 수가 줄어든 것을 빼고는 3~16%씩 근로자 수를 늘렸다. 10년간 늘어난 삼성 근로자는 10만8320명, 연평균 1만2036명씩을 뽑았다. 현대차그룹과 LG도 10년간 근로자 수를 각각 1.4배와 1.8배 늘렸다. 특히 현대차는 2004년부터 단 한 번도 고용 인원이 줄지 않았다.

2004~2013년 동안 고용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신세계로 근로자 수가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작년 1만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영향이 컸다. 다음으로 SK 2.6배(2만9998명→7만9251명), CJ 2.5배(2만1635명→5만3936명), GS 2.1배(1만5582명→3만2886명) 등이었다. CJ와 SK는 각각 대한통운, 하이닉스반도체 등을 인수하면서 고용 인원이 증가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몇몇 그룹이 M&A로 고용 인원이 늘었지만, 대다수 그룹은 국내 투자와 사업 확장을 통해 꾸준히 고용을 늘려온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올해 고용증가세 꺾이나

문제는 올해부터다. 30대 그룹 중 상당수가 업황 부진을 이유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할 상황이어서다. 당장 삼성그룹부터 사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삼성생명 1000명, 삼성증권 300명 등 희망퇴직을 받거나 이미 실시했다. 유동성 위기에 몰려있는 현대, 동부그룹도 고용 인원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많다. 수익성이 떨어진 조선업계도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KT는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 이미 8000명의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재계 관계자는 “업황 부진에 따른 구조조정 가능성을 감안하면 30대 그룹 고용 증가세가 꺾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태명/이상은/남윤선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