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A부처 한 산하기관에 떨어진 자료 준비 지시사항이다. 상급 기관인 부처 담당자는 한 술 더 떴다. “(응시자 등의) 이름을 가린다든지 (특정인에 대한 정보를) 알기 어렵게 작성해서 제출하는 기관은 끝까지 추궁해 받아낼 겁니다.”
본격적인 국감 준비에 들어간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들이 외부 유출 때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는 국감 자료 요구에 골치를 앓고 있다. 일부 내용은 개인 정보에 가까운 것들이어서 더욱 그렇다. B부처 관계자는 “어떤 자료는 민원인의 신원을 상세히 공개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런 자료는 당사자가 사후에 문제를 제기하면 정보 전달 부처와 담당자가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 관계자의 걱정이었다. 게다가 국회에서 정보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이른바 ‘정보 배달사고’도 적지 않아 국감장이 자칫 개인 정보 유출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인 정보가 유출되면 정보를 제공한 기관이 결정적인 책임을 진다. 하지만 국회가 국감을 위해 요구하는 개인 정보 자료 수준에 대한 논의가 없는 게 현실이다. 국감이 하나의 성역처럼 인식되고 있다 보니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가이드라인 자체가 없다. 한 산하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개인 이름만이라도 명기하지 않으면 걱정이 덜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정부 기관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민감한 자료 제출의 위험성을 언급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기관과 통신사 등에서 개인 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된 게 불과 얼마 전이다. 국감에 제공되는 자료에는 주민등록 번호와 휴대폰 번호보다 훨씬 더 민감한 내용들이 많다.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한 국회가 개인 정보 유출의 본거지가 될 수 있다”는 한 공무원의 우려 섞인 지적이 빈말로 들리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의 국감 자료 요구는 당연하다. 국민을 대신해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감시하는 역할 때문이다. 다만 자료 요청은 개인 정보 보호 범위 이내여야 한다.
김진수 건설부동산부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