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경제력 격차가 많이 좁혀졌지만 여전히 한국이 일본의 4분의 1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제조업 비교에서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간판 기업들이 일본 경쟁사를 추월하거나 대등한 수준에 올랐지만 전반적인 경쟁력은 여전히 일본 기업들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8일 펴낸 ‘한·일 경제규모, 기업경쟁력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한·일 양국 간 제조업 분야 격차는 상당히 좁혀졌다. 반도체 생산액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올랐다. 전기·전자 분야에선 삼성전자가 파나소닉보다 영업이익이 10배 많고, 철강 분야에선 포스코가 연간 매출에서 신일철을 제쳤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현대·기아자동차가 도요타자동차를 영업이익률에서 앞질렀다.

그러나 전체적인 경제 규모나 산업 경쟁력은 일본보다 여전히 뒤처지고 있다는 게 전경련의 분석이다. 작년 국내총생산(GDP)은 일본이 4조9010억달러로, 한국(1조2210억달러)의 4.01배였다. 주식시장 상장사들의 시가총액 합계는 일본이 한국보다 3.84배 많았다.

또 개별기업의 연구개발(R&D) 규모도 일본 기업은 전 세계 상위 2000대 기업에 353개사가 포함된 반면 한국은 56개사에 불과했다. 제조업 경쟁력 지표를 비교해도 한국은 여전히 후발주자였다.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 수(작년 말 기준)는 한국이 64개인 반면 일본은 231개에 달했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이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에 포함된 회사도 한국은 17개사인데 반해 일본은 57개사나 됐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최근 일본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면서 주력산업에서 한국을 앞지르고 있다”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전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