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1968년 로마 이어 한국 천주교 세번째 시복식
새벽부터 30만 인파 운집
두번째 사제 최양업 신부 시복 심사 진행중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국 천주교 순교자 124위 시복(諡福) 미사.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복문을 낭독하자 광장을 가득 메운 17만여명의 미사 참석자 사이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국 천주교는 1984년 시성(諡聖)된 103위 순교성인을 비롯해 모두 227위의 순교복자와 성인을 모시게 됐다.
○“한국교회, 순교자 희생으로 성장”
교황은 이날 미사 강론을 통해 “한국 교회는 순교자들의 희생으로 이처럼 성장하게 됐다”며 “선조들에게 물려받은 신앙과 애덕의 유산을 보화로 잘 간직해 지켜 나가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순교자들은 세례 받은 모든 이가 동등한 존엄성을 지녔음을 받아들이고 당대의 엄격한 사회구조에 맞서 형제적 삶을 살았다”며 “막대한 부요(富饒·부유함) 곁에서 매우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순교자들은 많은 것을 일깨워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리를 찾는 올곧은 마음과 종교의 원칙에 대한 충실함, 애덕과 모든 이를 향한 연대 등 순교자들이 전해준 모든 유산은 세계 평화와 진정한 인간 가치를 수호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천주교 복자·성인 227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일정 중 최대 하이라이트였던 이날 행사는 한국 천주교회 역사상 세 번째로 열린 시복식이었다. 일제 강점기인 1925년(79위)과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직후인 1968년(24위)의 시복식은 모두 로마에서 열렸다. 첫 시복식에는 미국에서 유학하다 귀국 중이던 장면·장발 형제와 한기근 신부 등 한국인이 3명만 참가했다. 1968년 시복식에는 한국에서 전세기로 도착한 순례단 136명이 함께했다. 서울대교구장이던 김수환 당시 대주교가 교황을 대리해서 미사 주례를 맡았다. 미사의 여러 부분에 한국어가 사용됐고, 교황 바오로 6세의 특별 연설은 5개국어로 중계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드디어 순교 현장인 한국 땅에서, 그것도 교황이 이례적으로 직접 미사를 집전하며 세 번째 시복식을 연 것이다. 한국 천주교의 시복시성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김대건 신부에 이어 두 번째 조선인 사제였던 최양업 신부 등에 대한 시복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에 시복된 순교자들에 대한 시성 작업도 이어질 전망이다.
○시민들 새벽부터 운집 … 세계가 주목
이날 미사에는 교황 수행단 성직자 8명과 각국 주교 60여명, 정진석·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한 한국 주교단 30여명 등 100명에 가까운 주교단이 참석했다. 광화문에서 시청앞 광장에 이르는 미사 구역에는 새벽부터 천주교 신자 17만명이 입장했다. 이날 광화문 주변에 몰린 인원까지 합치면 총 30만명가량이 운집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1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한 브리핑에서 “교황의 이번 방한은 전반적으로 아주 훌륭했다고 평가한다”며 “교황도 하느님의 선물이었다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서화동/박상익 기자·공동취재단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