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 판매…고기뷔페 재등장
유통·가공비 줄이는 게 비결
○불황기의 저가 전략
정보분석기업인 닐슨 자료(2013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가계가 어려워지면 외식비를 가장 먼저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식품소비행태 조사’에는 우리나라 4인 가족의 외식비용이 1회 평균 4만1000원으로 나와있다. 1인당 1만원 꼴이다. 이런 소비심리에 맞춰 고깃집들도 고기의 질에 비해 가격을 대폭 낮추거나 양을 푸짐하게 주는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태극상회는 한우 1등급 등심 100g을 1만2000원에 판매한다. 대부분의 고깃집들이 한우 1등급 가격을 200g당 3만6000원 안팎에 판다는 것을 감안하면 50% 정도 싼 값에 등심구이를 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가게에서 고기를 주문하면 종업원이 그릴토치를 이용해 고기 위를 살짝 익혀준다. 이렇게 고기를 아래, 위에서 가열하면 육즙이 빠져 나가지 않아 고기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가게 앞에는 ‘고기로 이익을 남기지 않겠습니다’란 문구가 붙어있다. 이에 대해 김현석 점장(35)은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본사에서 도축장으로 가 직접 고기를 구매해 중간 마진을 줄였고 본사도 유통 마진을 붙이지 않는다는 방침 덕분에 가격이 낮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기를 4인분(1인분 150g) 주문하면 4인분을 더 주는 ‘덤’ 판매 전략을 쓰는 고깃집도 늘고 있다. 소갈비살 전문점 ‘그램그램’은 소갈비살 600g을 주문하면 600g을 더 제공한다. 양념숙성 등심, 소갈비살, 부채살 등 세 가지 메뉴도 마찬가지다. 4인분 가격은 4만원이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있는 ‘이수한우명가’에서는 양념 소고기 4인분을 시키면 4인분을 더 준다. 메뉴는 갈비살과 등심, LA갈비로 구성돼 있다.
몇 년 전 자취를 감췄던 고기 뷔페도 최근 다시 등장했다. 최근에 등장한 고기 뷔페는 이전의 고기 뷔페와 차이를 보인다. 기존의 고기 뷔페에 샐러드바와 푸드바를 결합한 것이다. 고기 뷔페 ‘홍빠’는 스시와 고기를 접목해 인기를 얻고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이 브랜드 점포는 평일 1만2900원, 주말 1만3900원에 고기와 스시, 샐러드바를 무한리필로 즐길 수 있다. 고기는 수입산이다.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이유
고깃집들이 이렇게 가격을 파괴하는 이유는 불황 탓이다. 웬만한 가격에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우 가격을 낮추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우선 자본력이다. 중곡제일시장에서 정육점 ‘양평토종 개군한우’를 운영하는 홍성진 사장은 “도매상에게 납품받지 않고 도축장에서 현금을 주고 직접 구매하면 단가를 대폭 낮출 수 있다”며 “한 마리로 사지 말고 부위별로 특화해 구매하면 단가를 더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은 또 있다. 도살한 가축의 가죽, 머리, 내장, 꼬리 등을 잘라내고 아직 각을 뜨지 않은 고기를 지육 또는 도체라고 하는데, 척추를 중심선으로 자른 것을 반지육 또는 이분 도체라 한다. 이 반지육을 본사 구매 담당자가 직접 사서 본사 작업장에서 부분육으로 나누는 작업을 하면 가공비를 줄일 수 있다.
가공작업 때도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비결이 숨어 있다. 홍 사장은 “고기는 최종 판매 전에 필요한 부위만을 잘라내는 가공작업을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통상 12% 정도의 로스(버리는 고기)가 생겨난다”며 “가공작업 때 버리는 고기의 양을 줄이고 양질의 고기 양을 늘리면 이것도 원가를 낮추는 요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강병오 중앙대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수입 고기는 수출국의 사정에 따라 가격의 등락이 심해 수급이 불안정할 수 있으므로 수입 고기를 쓰는 고깃집을 창업하려면 장기적인 원가 계산을 치밀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