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세금과 대학등록금을 카드로 내는 사람이 늘고 있다. 편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수 카드사는 세금과 대학등록금에 대해선 포인트를 적립해주지 않고 있다. 평소 최대 5~7%인 포인트 적립률을 미끼로 소비자를 유혹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세금과 대학등록금의 가맹점 수수료율이 낮다는 것이 이유지만, 카드사의 과도한 이기주의라는 것이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카드사, 세금과 등록금 기피

13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국세를 카드로 납부할 때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카드사는 전업계 카드사 7곳 중 신한카드와 롯데카드 단 2곳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삼성 현대 KB국민 하나SK 우리카드 등 5곳은 포인트를 전혀 적립해 주지 않고 있다.

카드사들은 국세를 신용카드로 납부하면 납세자로부터 1%의 납부대행 수수료를 받는다. 하지만 5개 카드사들은 이 수수료율이 낮다는 이유로 포인트 적립제외 항목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신한카드 일부 카드상품은 납부액의 최고 2%를 적립해준다. 200만원을 내면 4만원이 포인트로 쌓이게 된다.

대학등록금을 카드로 납부할 때도 비슷하다. 이 경우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카드사는 신한 롯데 하나SK카드 등 세 곳이 전부다. 삼성 현대 KB국민 우리카드 등은 포인트를 쌓아주지 않는다. 정부가 대학등록금의 신용카드 결제 확대를 추진하면서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할 움직임을 보이자 카드사들이 포인트 적립 대상에서 대학등록금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현재 대학의 가맹점 수수료율은 1.5~2.0% 수준이다. 이 밖에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율이 낮은 대중교통·주유소·전기요금·기부금 등을 포인트 제외 항목으로 정해 놓고 있다.

○“수수료율 차등 적용 검토해야”

신용카드를 통한 국세 납부액은 작년 2조원을 넘었다. 올해는 3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카드사들은 1%를 수수료로 받으므로 이를 통해 약 300억원의 수수료를 챙기게 된다. 국세 납부대행 수수료율은 2008년 1.5%로 출발해 작년 1%로 낮아졌지만 세금 납부 규모가 커지면서 수수료 절대액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그런데도 5개 카드사들이 수수료율이 낮아졌다는 이유로 포인트를 전혀 적립해 주지 않는 것은 카드사의 횡포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포인트를 적립해 주지 않는 카드사에 대해선 수수료율을 더 낮게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등록금에 대해서는 카드사 못지않게 대학에 대한 비판도 많다. 올 2학기 기준 등록금을 카드로 낼 수 있는 대학은 138곳으로 전체 대학의 32.6%에 불과하다. 대부분 수도권 주요 대학들은 1.5~2.0%에 이르는 카드 수수료율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등록금 카드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카드로 등록금을 낼 수 있는 대학은 삼성카드가 47곳으로 가장 많다. 이어서 신한카드(36곳) NH농협카드(34곳) 순이다. 롯데카드는 15곳, 하나SK카드는 7곳에 불과하다.

대학등록금에 대해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카드사는 신한 롯데 하나SK카드 세 곳뿐이다. 카드를 통한 등록금 납부가 가능한 대학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삼성카드와 NH농협카드 등은 포인트 적립을 외면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학과 카드사가 등록금을 카드로 납부하지 말라고 부추기는 꼴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