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생산업체인 에이치케이의 이재봉 대표(오른쪽)가 11일 경기 광주시 본사에서 직원들과 함께 세라믹 매트 등 수출용 제품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peter@hankyung.com
의료기기 생산업체인 에이치케이의 이재봉 대표(오른쪽)가 11일 경기 광주시 본사에서 직원들과 함께 세라믹 매트 등 수출용 제품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peter@hankyung.com
8일 경기 광주시에 있는 가정용 의료기기 중소업체 에이치케이(HK)의 공장. 10여명의 직원이 주력 제품인 ‘세라믹 매트’를 만드느라 분주했다. 금강약돌 천광석 게르마늄 등 6가지 광물로 만들어진 이 매트는 건강에 좋은 음이온과 원적외선을 내보내는 제품이다. 공장 한 쪽에는 세라믹 매트 50여개와 세라믹 방석 400여개가 쌓여 있었다. 총 2억2500만원어치 물량이다. 이재봉 대표는 “이달 초 러시아로 나간 2억1000만원어치 물량이 다 팔려 추가로 수출할 제품”이라고 말했다. 수출 첫 해인 2012년 21만1190달러에 불과하던 HK의 수출액은 지난해 111만1866달러로 426.4% 껑충 뛰었다.

1993년부터 매트 개발을 시작한 이 대표는 제품력만큼은 자신 있었다. 북한에서만 구할 수 있는 ‘금강약돌’ 등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과당 경쟁 등으로 국내에서 판로가 막히자 그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무역협회를 찾아 수출기업을 홍보해주는 인터넷 사이트에 기업과 제품 정보를 올렸다.

불과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러시아 의료기기 업체가 사무실을 찾아와 구매 의사를 밝혔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곳에서 ‘대박’이 터지기 시작한 것. 이 대표는 “납기를 한 번도 어기지 않고 꾸준히 공급했더니 주문액이 2000만원에서 5000만원, 1억원으로 계속 올라갔다”고 말했다.

HK처럼 신생 수출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전통적으로 대기업이 주도해온 한국의 수출 전선은 최근 5년 사이 1만여개의 중소·중견기업이 새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저변이 두터워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경영 기법을 채택한 현지 중심의 제품 개발 및 마케팅,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확대에 따른 관세 인하 효과,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 등이 먹혀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화 마케팅’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업체는 화장품 제조기업 리봄화장품이다. 이 회사가 처음 베트남에 화장품을 수출한 것은 2012년. 당시 실적은 21만4000달러에 불과했지만 올 들어서는 지난 8월까지 동남아 시장에서 총 70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햇빛이 강한 필리핀에는 얼굴을 하얗게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화이트닝 제품을, 한국 인삼의 효능이 잘 알려진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엔 인삼 성분이 들어간 주름 개선 기능성 화장품을, 날씨가 습해 모공이 넓은 사람이 많은 태국과 미얀마에선 모공을 조여주는 제품을 각각 선보인 데 힘입은 것이다.

FTA를 이용해 수출액이 껑충 뛴 대표적인 업체는 유아용 ‘지르코니아 크라운(썩은 치아를 씌워주는 보철)’을 수출하는 하스다. 2008년 인공치아용 세라믹 재료를 자체 개발한 이 회사는 2012년 한·미 FTA가 체결되자 대미 수출액이 87만달러로 전년(4만3000달러)보다 20배 남짓 뛰었다. 8%를 내야 했던 인공치아의 관세가 FTA 발효 즉시 0%로 변했기 때문이다. 김용수 하스 대표는 “미국 바이어에게 한·미 FTA로 얻을 수 있는 관세 혜택을 강력하게 내세우자 주문이 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광주(경기)=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