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 분유시장 진출…남양·매일과 격돌
LG생활건강이 연간 4000억원 규모의 분유 시장에 진출한다.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이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국내 분유 시장은 최근 후발주자의 진입이 이어지면서 ‘다자 경쟁 구도’로 전환되고 있는 모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베비언스 프렌치 프리미엄 퍼스트밀’(사진)이라는 이름의 분말분유를 조만간 출시한다. 프랑스 유아식 전문업체 뉴트리바이오와 공동 개발,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납품받아 판매할 예정이다. 가격은 한 통(800g)에 3만원대로, 시중에서 많이 팔리는 남양 ‘XO’ 등보다 50%가량 높다. 프랑스의 1등급 원유만을 사용해 현지 공장에서 제조한 고급 제품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12년 6월 가루를 우유에 타지 않고 바로 마시는 액상 형태의 분유를 선보이고 분유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탐색해왔다. 액상분유는 지난해 50억원어치가 팔렸고 올해는 100억원대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어 회사 내부에서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번에 분유 시장의 핵심 제품인 분말분유를 내놓는 것은 기존 업체와 본격 경쟁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저출산 탓에 포화상태에 접어든 지 오래인 분유 시장에 LG생활건강이 후발 주자로 뛰어드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회사 측은 “단순히 분유만 보는 게 아니라 기저귀, 세제, 화장품, 영양식품 등 유아용품에서 다양한 상품군을 갖추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분유사업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 부회장은 올초 “기능성 유제품과 기능성 음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이 관련 업체를 인수합병(M&A)할 것이라는 소문이 계속 나돌았다. 하지만 마땅한 매물이 없는 데다 안전성 등의 위험 부담도 크다는 판단에서 전문업체를 통한 위탁생산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전해졌다.

분유 시장은 오랫동안 소수 업체의 독과점 구조였다. 업체별 점유율을 보면 남양유업이 50%대로 독보적 1위이고 매일유업이 30%, 일동후디스와 롯데푸드가 10%가량을 나눠 갖는 구도다. 하지만 최근 대형마트들이 ‘반값 분유’를 줄줄이 내놓고, 자금력과 마케팅 역량을 갖춘 LG생활건강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이마트는 지난 6월 출시한 자체상표(PB) 분유가 두 달 동안 2만통 이상 팔려 남양유업 판매량의 3분의 1까지 따라잡았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일동후디스보다 최대 40% 저렴한 산양분유를 판매 중이고, 홈플러스도 PB 분유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분유는 소비자들이 브랜드 신뢰와 안전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제품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며 “대기업이라 해도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춘 기존 업체들의 역량을 넘어서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