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해지펀드' 되나
기관투자가와 자산가의 뭉칫돈을 빨아들이던 ‘한국형 헤지펀드’에 급제동이 걸렸다. 올 들어 2조9000억원(5월 기준)까지 가파르게 증가했던 설정액이 2조6000억원대(7월 말 기준)로 쪼그라들었다. 두 달 새 3000억원 가까이 환매 등으로 빠져나간 탓이다. 대신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등 설정 초반부터 자금몰이를 주도하던 펀드 수익률이 고꾸라진 데다 브레인자산운용 등은 수익률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차익실현 움직임이 두드러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브레인·대신·트러스톤, 3700억 환매

한국형 헤지펀드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지난 6월부터다. 업계 후발주자로 돌풍을 일으켰던 브레인, 대신, 트러스톤의 6개 헤지펀드에서 지난 두 달 새 3700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브레인자산운용의 경우 3개 펀드에서 1600억원이 나가 자금 유출폭이 컸다. 특히 이 가운데 설정액이 각각 4000억원 안팎이던 ‘브레인백두’ ‘브레인태백’은 현재(1일 기준)까지 3379억원, 31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연초 이후 10~12%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괜찮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자금 유출이 두드러졌다. 6월 들어 수익률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관 차익실현 매물이 많았다는 게 브레인 측 설명이다.

대신과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설정 초반과 달리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기관 환매가 잇따랐다. 수익 부진으로 운용 매니저까지 교체된 탓에 손실폭이 더 커졌다. ‘트러스톤탑건코리아롱숏’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9.02%로 전체 헤지펀드 중 꼴찌다. 지난 두 달 동안 800억원가량이 빠지며 설정액이 반토막 났다. 트러스톤운용 관계자는 “당초 세웠던 전략과 시장이 반대로 움직이면서 성과가 부진했다”고 말했다. ‘대신에버그린롱숏’도 올 들어 -5.37%의 수익률로 최하위권이며 같은 기간 1100억원 넘게 줄었다.

◆KDB 등 일부 소형 펀드, 조용히 청산

뚜렷한 성과가 없는 일부 소형 펀드는 조용히 청산 절차를 밟았다. KDB운용은 2012년 두 개의 헤지펀드를 설정했지만 마이너스 수익률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KDB PIONEER롱숏뉴트럴’을 청산한 데 이어 지난달 ‘KDB PIONEER 롱숏안정형’도 정리, 헤지펀드 시장에서 아예 발을 뺐다. 코스모운용의 ‘코스모산타클라라매크로’도 1월 설정 이후 6개월간 -7.73%의 수익률로 고전하면서 지난달 청산됐다.

손위창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내 헤지펀드의 80%가 롱쇼트 매매 전략에 쏠려 있어 한계를 드러낸다”며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면 차익거래, 상대가치 전략 등 매매전략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