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임원회의 열고 비상경영체제 돌입
◆해양플랜트 저가 수주 ‘후폭풍’
현대중공업이 2분기에 1조10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첫째 원인으로는 해양플랜트 부문의 부실이 꼽힌다. 지난 2분기 이 회사의 해양본부와 플랜트본부 손실을 합하면 6000억원에 이르렀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국내 조선사들은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기가 나빠지면서 물동량이 줄고, 이 탓에 컨테이너선·벌크선 등 상선 발주량이 급감하자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공격적으로 수주 활동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원가보다 낮은 값에 공사를 따온 ‘저가 수주’가 적지 않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설계·건조가 표준화돼 있는 상선 제작과 달리 해양플랜트 건조 과정에서는 조금씩 설계가 추가·변경되는 부분(엑스트라)이 생기게 마련인데 이 비용을 원가에 포함하지 못할 경우 시작할 때는 이익이 남을 것으로 기대했다가 막상 공사가 끝나고 계산해 보면 수억달러씩 손실이 나는 일이 허다하다”고 전했다.
경험 부족으로 건조가 늦어지면서 손실을 보는 경우도 많았다. 노르웨이에서 수주한 세계 최대 해양설비인 골리앗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가 대표적이다. 원통형으로 짓는 이 플랜트는 2010년 계약 당시 12억달러(1조2300억원)짜리로 시작했으나 완공 시기가 작년 7월에서 올해 5월로, 다시 올 하반기로 계속 늦춰지면서 현재는 22억달러(2조2500억원)짜리가 됐다.
기간 연장이나 설계 변경에 따른 비용 중 일부는 선주가 부담하지만 본사 및 협력업체의 인건비, 도크를 사용하지 못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 등을 감안하면 조선사에는 손실 요인이다.
◆조선·육상플랜트도 ‘마이너스’
조선 부문에서도 상당폭 손실이 났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2012년 노르웨이에서 7억달러씩에 수주한 반잠수식 시추선의 경우 10여년 만에 시공하다 보니 원가 산정에서 착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이 부문에서 수천억원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 경기가 쉽사리 살아나지 않으면서 선가가 오르지 않는 데다 과거 저가 수주한 물량을 털어내지 못해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등 계열사가 손실을 낸 것도 전체 손실을 키웠다.
조선 부문 손실 규모는 현대미포조선이 2500억원, 현대중공업이 2000억원, 현대삼호중공업이 1000억원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육상플랜트와 건설장비 부문도 실적이 부진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육상플랜트인 사우디아라비아의 32억달러짜리 발전설비도 시공 과정에서 예상보다 비용이 크게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환손실을 본 부분도 있었다.
◆하반기 실적 개선 장담 못해
문제는 이 같은 어닝 쇼크가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조선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하반기에 또다시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털어낼 부실이 아직 남았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이날 임직원을 대상으로 ‘경영 현황 설명회’를 열었다. 또 인력과 조직 제도를 재편해 원가 절감 및 수익성 우선의 영업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은/윤정현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