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부터 폐렴구균 백신이 필수예방접종 국가지원사업에 포함됐다. 연간 시장규모만 11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입찰시장이 열렸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들은 군침조차 삼키지 못했다. 해당 백신이 없어 입찰조차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1000억원대의 국가 입찰 폐렴백신 시장은 다국적 제약사인 화이자와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 차지가 됐다.

폐렴백신 같은 고가 프리미엄 백신이 정부 지원으로 필수예방접종 대상에 포함되고 있으나 국내 제약사들에는 기술력 한계로 ‘그림의 떡’이다. 현재 필수예방접종에 포함된 13개 품목 가운데 국내 제약사가 자체 개발하는 백신은 B형간염, 수두, 일본뇌염, 장티푸스, B형 헬로필루스 등 5개뿐이다. 가장 최근 지정된 폐렴백신을 포함한 나머지 8개 백신은 다국적 제약사 제품이거나 국내사가 해외에서 들여온 수입제품이다.

폐렴백신은 국내에서 SK케미칼이 프랑스 사노피와 공동 개발에 착수했으나 2020년에나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1회 주사에 12만~15만원씩 하는 폐렴백신은 4~5회를 맞아야 면역력이 생기는 고가 백신이다. 필수예방접종 대상에 포함되면서 7만~8만원대로 낮아졌지만 독감백신과 비교하면 여전히 비싸다.

질병관리본부의 필수예방접종 13개 백신의 연간 전체 예산이 4000억원(국비 50%, 지방비 50% 분담)인 데 비해 폐렴백신 하나가 11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지정 이전 75% 안팎인 폐렴백신 접종률을 9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백신은 화학 신약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고도의 설비와 투자가 필요한 영역”이라며 “기존 의약품 분야뿐 아니라 백신 분야에서도 국내 제약사가 뒤처질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