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파킹' '차명계좌' 거래 등 불법 영업행위 종합세트
펀드 불완전판매도 여전
◆자산운용사는 ‘불법행위 종합세트’
금감원은 전체 86개 자산운용사의 상시검사 자료를 분석한 뒤 미래에셋·KB·한화·대신·브레인·이스트스프링·교보악사 등 7개사에 대해 지난 5~6월 현장검사를 했다. 점검 결과 경영진은 물론 상당수 일반 직원도 차명계좌 등을 이용, 주식 및 선물을 매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일부 임직원은 운용펀드가 어떤 종목을 매입할지 알아낸 뒤 해당 종목을 미리 사들였다. 증시의 ‘큰손’인 펀드가 특정 종목을 매입하면 주가가 오르는 점을 노려 선행 매매했다는 얘기다.
박영준 금감원 부원장은 “고객 자산을 돌봐야 할 투자전문가들이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개인적인 이익을 챙긴 것”이라며 “펀드매니저들이 주로 쓰는 야후 메신저를 들여다본 덕분에 소문으로만 떠돌던 자산운용사의 비리 의혹을 상당 부분 사실로 밝혀냈다”고 말했다.
펀드매니저의 채권 파킹거래도 적발됐다. 채권 파킹거래란 펀드매니저가 증권사 브로커를 통해 채권을 사들인 뒤 곧바로 장부에 기록하지 않고 며칠간 증권사에 보관(파킹)하다 나중에 결제하는 영업행위를 말한다. 채권 매입 후 며칠 동안 가격 흐름을 지켜보다 손해가 나면 증권사에 떠넘기고, 수익이 나면 펀드가 챙기는 식으로 수익률을 관리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증권사 브로커는 펀드매니저로부터 ‘일감’을 받는 ‘을’인 탓에 ‘갑’의 불법행위 요구에 군말 없이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자본시장법은 채권 파킹거래를 막기 위해 펀드매니저로 하여금 채권 등을 거래하기 전에 펀드별로 자산을 사전 배분토록 명시하고 있지만 상당수 자산운용사는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또 은행 증권 보험 등 30여개 펀드 판매회사를 상대로 ‘미스터리 쇼핑’(암행감찰)을 한 결과 펀드의 위험성을 투자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는 불완전판매 행위도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부정 관행 없애겠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적발된 불법행위에 대해 보강조사를 거쳐 오는 9월께 제재한다는 방침이다.
박 부원장은 “조만간 자산운용업계와 ‘업무 관행 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부적절한 업무 관행을 함께 고쳐나가기로 했다”며 “자산운용업계의 ‘적폐’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만큼 업무 관행이 크게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펀드 불완전판매를 근절하기 위해 연 1회 시행하던 미스터리 쇼핑을 연중 상시 점검체제로 바꾸고, 금융 권역별 연계검사도 강화하기로 했다. 자산운용사가 개인고객에게만 높은 운용보수를 받는 관행도 바꿔나가기로 했다. 박 부원장은 “자산운용사들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개인고객에게 받는 운용보수율(0.6%)이 기관투자가(0.2%)나 계열사(0.1%)보다 3~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본 손해를 메우기 위해 개인투자자에게 ‘덤터기’를 씌운 것으로 확인되면 시정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