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어음(CP)·회사채 투자자 4만여명에게 1조7000억원의 피해를 안긴 ‘동양사태’가 금융위원회 등 감독 당국의 관리 소홀로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왔다.

▶본지 2013년 10월4일자 A6면 참조

감사원은 14일 동양사태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세 차례나 위험발생 가능성을 보고받고도 대처를 미룬 책임을 물어 금융위 간부 2명과 사무관 2명에 대해 주의 조치를 취할 것을 금융위에 요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금융위는 2007년 2월 동양증권이 투기등급 계열사 CP 1조원어치를 고객에게 팔았다는 사실을 금감원으로부터 보고받았으나 묵살했다. 이어 2009년 3월, 2012년 1월에도 보고를 받았으나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히 금융위는 2008년 8월 기존 규정인 ‘계열사 지원금지 규정’을 삭제해 동양증권이 계열사 CP를 마음껏 판매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또 2012년 2월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동양증권이 계열 회사채를 불완전판매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금감원 국장급 1명과 팀장급 1명을 문책할 것을 금감원에 요구했다.

금감원은 여러 차례 검사를 했음에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기관주의’ 조치도 받았다. 산업은행에 대해서는 동양그룹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관련자 2명에 대한 인사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감사원의 징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시각도 많다.

'동양사태'는 동양그룹이 수조원의 시장성 차입의 손실을 국민에게 전가한 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대표적인 '대기업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사건으로 작년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감사의 최대 이슈가 됐다. 황찬현 감사원장 취임 후 첫 감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감사원의 이날 금융당국 감사 내용은 그동안 국정감사와 언론에서 지적된 수준(불필요한 규제완화, MOU통한 CP관리, 검사 후 조치 미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내용이다. 산업은행에 대한 지적 역시, 당시 동양그룹에 대한 1400억원 신규 대출 지원이 아닌 대출 만기 연장된 것이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징계 수위 역시 고위급 책임자는 없고 금융위 4명에 대해선 징계라고 볼 수 없는 '주의'를, 금감원 2명에 대해선 경징계(문책) 하는 수준에서 마무리 했다.

특히 금융당국내에서 외부로 간 사람 위주로 징계가 이뤄져 알맹이는 빠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징계를 받을 금융위 간부 1명은 금융유관기관장, 1명은 국무총리실 소속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감사원의 징계 대상에서 대부분 금융당국 현직 임직원은 빠졌고, 이미 금융당국을 나간 사람만 희생하는 선에서 마무리된 감사같다”고 말했다.

안대규/도병욱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