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이 차는 원래 이렇게 시끄러워요?”

폭스바겐의 4도어 쿠페 CC(사진)를 타고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달리던 길이었습니다. 딸 아이와 함께 뒷자리에서 자고 있던 아내가 부스스 눈을 뜨더니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내는 “생긴 건 참 고상한데 소리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같다”고 하더니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잠을 못 잘 정도로 시끄럽진 않은가 봅니다.

한참 신나게 달리던 와중이라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내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로 CC는 차 안에서 들리는 엔진 소리가 상당히 컸습니다. 특히 시속 100㎞ 이상 고속 구간에서 가속할 때 나는 소음이 상대적으로 크게 들렸습니다.

CC 바로 직전에 비슷한 배기량의 디젤 엔진을 달고 있는 국산차 맥스크루즈를 몰아봤는데요, 세단과 SUV라는 차이가 있음에도 고속 구간의 소음은 CC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소음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운전자에게 CC는 상당히 매력적인 차라고 생각됩니다. 최대 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35.7㎏·m(1750~2500rpm)의 디젤 엔진이 보여주는 가속력은 소음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시원했습니다. 시승 모델은 4륜구동으로, 코너를 돌 때는 물론 직선 주로에서 가속할 때도 네 바퀴가 땅을 꾹 움켜쥐고 달리는 듯한 안정감을 보여줬습니다.

공인 복합연비는 15.3㎞/L, 고속도로는 17.6㎞/L입니다. 주행 이력이 2만3000여㎞인 차로 실제 달려보니 고속도로에선 16~17㎞/L, 시내에선 11~12㎞/L 수준의 체감연비를 보여줬습니다. 액셀을 살짝만 밟아도 엔진 회전수(rpm)가 팍팍 올라가는 스포츠 모드에서는 고속도로에서도 13㎞/L 정도로 연비가 떨어졌습니다.

폭스바겐의 친환경 블루모션 기술이 적용돼 차가 설 때면 시동이 꺼지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다시 시동이 걸립니다. 아내는 “그렇게 시동을 자주 걸면 고장도 잦은 것 아니냐”고 묻더군요. 나중에 폭스바겐 측에 물어보니 고장나는 빈도가 일반 차량과 차이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폭스바겐의 다른 차들이 디자인에 직선을 많이 써 다소 투박하면서도 성실한 느낌을 준다면, CC는 날렵한 곡선 위주로 잘 빠진 몸매를 자랑합니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CC를 사고 싶다’는 소비자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는 것을 보면 CC의 스타일이 좋긴 좋은가 봅니다. 실내나 트렁크도 폭스바겐의 다른 차들처럼 상당히 넓은 편입니다.

폭스바겐은 바람 명칭에서 차량 이름을 따온 사례가 많습니다. 파사트는 무역풍, 골프는 멕시코만의 강한 바람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CC라는 바람도 있을까요? 아쉽게도 아니었습니다. CC는 편안한 쿠페라는 의미의 ‘comfort coupe’의 머리글자라고 하네요.

쿠페라고 하면 보통 높이가 낮고 미끈한 2도어 승용차를 뜻합니다. 하지만 CC는 문이 네 개에 실용성을 높였다고 이름을 이렇게 붙였다고 합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