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인데도 전국이 33도가 넘는 폭염에 휩싸였다. 11일 서울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은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넘으면서 폭염특보가 발령됐다. 더위를 식혀줄 장맛비는 앞으로 열흘가량 소식이 없어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폭염에 따른 열사병, 열탈진 환자가 속출하면서 시민 건강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2.8도까지 치솟았다. 지난 9일(33.0도)과 10일(33.6)에 이어 사흘 연속 33도 안팎의 폭염이 이어졌다. 강원 영서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이날 폭염특보가 발령됐다. 폭염주의보는 하루 중 최고기온이 33도 이상, 폭염경보는 35도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최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연일 32~33도를 기록하는 가운데 여의도 한 도로에 열기로 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연일 32~33도를 기록하는 가운데 여의도 한 도로에 열기로 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서울의 평균 최고기온은 30.8도로, 최근 30년간 평년치(27.9도)를 훨씬 웃돈다. 7월 기준으로는 서울에 2000년(33.0도) 이후 14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무더위다. 7월 초순 기온이 30도를 넘은 것도 14년 만이다. 반면 같은 기간 강수량은 23.2㎜로, 최근 30년간 평년치(98.0㎜)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준모 기상청 대변인은 “올해 엘니뇨 현상이 적도 부근에서 발생해 북태평양 고기압이 예년에 비해 세력을 확장하지 못하면서 장마전선을 밀어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는 제8호 태풍 너구리의 영향으로 장마전선이 아예 없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대개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는 해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하지 못한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장마전선은 무더운 북태평양 고기압과 찬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만나는 경계에서 생기는데, 이 사이를 태풍(열대저기압)이 통과하면서 장마전선이 없어진 것이다.

기상청은 이번 폭염이 서울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최소 열흘가량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12일엔 폭염은 다소 누그러지겠지만 여전히 30도를 넘는 무더위가 계속되겠다. 기상청은 “태풍이 일본 북쪽으로 완전히 물러나면서 12일에 장마전선이 다시 형성되겠다”며 “14일께 제주도에 장맛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하지만 북태평양 고기압이 장마전선을 밀어올리지 못하면서 더 이상 북상하지 못하고 다시 남쪽으로 내려갈 전망이다.

중부지방의 장마가 대개 25일 끝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서울엔 한두 차례 장맛비가 오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열사병, 열탈진 등 온열질환 환자 수도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9일까지 전국에서 143명의 온열질환 환자가 발생했다. 열탈진이 79명(55.2%)으로 가장 많았고, 열사병(40명) 열경련(10명) 열실신(9명) 순이었다. 최근 여름철 폭염 강도가 심해지면서 온열질환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환자는 1195명에 달해 2011년(443명)과 2012년(984명)보다 크게 늘었다.

강경민/고은이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