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 10일 오후 5시 10분

A등급 이하 건설사들이 만기가 돌아오는 공모 회사채를 차환 발행하지 못하고 현금 상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증권시장에선 GS건설 대우건설 등 일부 상장 대형 건설사들이 올해 저점 대비 최대 60% 반등했지만 회사채 시장에선 여전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신용등급 A0)은 지난 7일 2100억원의 139회차 회사채 만기가 돌아왔지만 이를 현금 상환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작년 11월 1000억원(1년 200억원, 3년 800억원)을 발행한 이후 공모 회사채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은 회사채에 대한 기관 수요가 없자 은행 대출과 자산유동화를 통해 회사채 상환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대우건설(신용등급 A0)도 28회차 회사채 만기를 맞았지만 이를 전후해 차환 발행에 나서지 않고 현금으로 갚았다. 대우건설은 작년 9월 2000억원을 발행한 것을 마지막으로 열 달째 공모 회사채 발행을 하지 않고 있다.

대우건설은 공사 원가율 추정치 상향 조정과 회수 불투명 채권에 대한 상각 처리 등으로 지난해 65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한 데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회계감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공모시장에선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많다.

롯데건설(신용등급 A0)도 지난달 16일 만기가 돌아온 106회차 회사채 1000억원을 상환했다. 롯데건설 역시 작년 9월 이후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서지 않고 있다.

증시에선 대형 건설사들이 올 1~2월 바닥을 형성한 뒤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1월27일 5930원을 저점으로 이날까지 주가가 58% 올랐다. 현대산업개발도 지난 1월 초 저점 대비 46%, GS건설은 지난 2월 초 저점 대비 27% 주가가 올랐다.

하지만 이들 A등급 건설사에 대한 회사채 외면 현상은 여전히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DCM(채권자본시장)부 관계자는 “국내 주택 부문 실적 악화에 이어 작년부터 해외 공사 잠재 부실 우려마저 겹쳐 기관들은 AA등급을 제외한 건설사 회사채 거래를 아예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그는 “건설사들이 올 하반기까지 2~3분기 연속 양호한 분기 실적을 내놓을 경우 이르면 올 연말부터 일부 A등급 건설사 회사채에 대한 매기가 살아나겠지만 반대로 올해도 악화된 실적을 내놓으면 내년까지 건설사 회사채 수요 회복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