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매장에 현대백화점만의 색깔 입혀라"…편집숍에 꽂힌 정지선 회장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지하 2층에는 국내 백화점에서 보기 드문 형태의 매장이 있다. 옷과 핸드백은 물론 초콜릿 파스타 등 음식까지 한곳에 놓고 판매한다. 지난 2월 문을 연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 ‘일라비타’이다. 이 매장의 월 평균 매출은 2억원으로 국내 백화점에서 단위면적당 매출이 가장 높다는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내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현대백화점이 일라비타처럼 여러 가지 상품을 모아 놓고 판매하는 편집매장을 늘린다. “차별화된 매장을 기획하라”는 정지선 회장(사진)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다음달 5일 목동점에 남성복 전문 편집매장을, 다음달 19일에는 무역센터점에 여성복 전문 편집매장을 연다고 9일 밝혔다. 남성복 편집매장에는 ‘문수권’ ‘DBSW’ 등 15개 브랜드를 들여놓는다. 여성복 편집매장에는 ‘스티브J&요니P’ ‘고앤제이’ 등 20여개 브랜드가 입점한다. 이들 편집매장에 들어오는 브랜드는 모두 이제껏 국내 백화점에 입점하지 않았던 것들이다. 내년에는 아동복과 생활용품 전문 편집매장도 열 계획이다.

오는 9월에는 현대백화점 최초의 자체브랜드(PB) 상품도 내놓는다. 기성 의류를 그대로 들여와서 파는 것이 아니라 현대백화점이 유명 디자이너와 공동 기획해 만든 상품을 판매한다. 패딩 니트를 먼저 선보이고 품목을 늘려갈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이 편집매장을 늘리고 PB 상품을 개발하기로 한 것은 다른 백화점에 없는 독특한 상품을 내놓지 않으면 소비 침체와 유통업체 간 경쟁을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차별화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며 “모든 부문에 걸쳐 새로운 상품기획(MD)을 적극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당장의 성과보다 미래를 내다보고 MD 전략을 수립하자”며 “모든 상품과 매장에 현대백화점만의 색깔을 입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백화점은 이런 전략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조직도 개편했다. 지난 1월 상품본부 내 MD전략팀과 콘텐츠개발팀을 합쳐 ‘미래MD전략사업부’를 신설했다. 또 신세계인터내셔날 출신 임원을 미래MD전략을 총괄하는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로 영입했다. 국내 백화점이 ‘크리에이티브디렉터’라는 직책을 둔 것은 처음이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