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증시에서 헤지펀드 공매도(주식을 빌려 매도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것)가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증시가 과열됐다는 일부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헤지펀드업계가 증시 하락에 선뜻 돈을 걸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조사회사 마르키트에 따르면 미국 S&P500지수에 편입된 기업 주식 가운데 공매도에 활용된 주식은 전체의 약 2%에 불과했다. 마르키트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범유럽 스톡스600지수에서도 이 비중이 2%를 조금 넘는 수준이며, 영국 증시에선 1% 미만이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미 증시에선 공매도 주식 비중이 5.5%에 달했다.

헤지펀드는 보통 주가 상승과 하락에 동시 베팅하는 ‘롱쇼트’ 전략으로 위험을 분산하며 수익을 낸다.

하지만 미 중앙은행(Fed) 등의 초저금리 정책으로 지난해부터 증시가 랠리를 이어가자 헤지펀드들이 어쩔 수 없이 쇼트(공매도)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가 상승기에 롱쇼트 전략을 지속하면 S&P500지수와 같은 벤치마크보다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