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장 추정치 평균을 밑도는 ‘어닝쇼크’를 냈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비롯한 정보기술(IT)주들에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 코스피지수도 보합권에서 버티는 ‘맷집’을 보였다. 삼성전자 주가와 코스피지수의 향방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악재의 마지막 구간 지났나…이제 시작인가
○IT주 주가는 되레 강세

8일 삼성전자는 3000원(0.23%) 오른 129만5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개장 전 발표된 2분기 영업이익은 추정치에 훨씬 못 미치는 7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투자심리가 일시적으로 흔들렸지만 장 초반부터 외국계 창구로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며 주가는 오히려 나흘 만에 반등했다. 장중 한때 131만9000원으로 2% 넘게 오르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이날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 부진은 재고 정리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 때문”이라며 “3분기는 계절적 성수기여서 2분기보다 더 나빠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익 둔화 속도가 빨라 배당 확대·자사주 매입 등에 대한 기대가 커진 점, 외국인들의 ‘쇼트커버링’(공매도 후 빌린 주식을 갚기 위해 다시 주식을 사들이는 것) 등도 주가 상승 배경으로 꼽혔다. 삼성전자의 대차거래 주식 수는 지난달 말 267만1288주에서 전날 313만6539주로 5거래일 만에 20%가량 늘었다. 지난 3일 1.37%로 낮아졌던 공매도 비중도 전날 실적 발표를 앞두고 5.27%로 뜀박질했다.

삼성전기(0.70%) SK하이닉스(0.58%) 등 다른 대형 IT주도 동반 상승했다. LG디스플레이가 3만3350원으로 3.73% 뛰었고, LG전자(1.83%) LG이노텍(1.69%) 등 LG 그룹주의 오름세가 특히 돋보였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과 기관이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대신 사업별로 SK하이닉스 LG전자 등을 대안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악재 털었다’ vs ‘여진 계속될 것’

삼성전자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해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이익 추정치가 빠르게 낮아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영향력을 구분하기 힘들지만 2분기 원화강세 여파가 실제 이익 감소로 나타나고 있어 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수출주들의 이익 전망치 하향이 이달 말까지 추가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실적 부진에 대한 내성은 어느 정도 길러졌기 때문에 크게 충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2분기가 기업이익의 바닥일 것으로 보여 어닝시즌이 진행될수록 투자심리는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IT와 자동차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낮고, 철강 화학 등 소재·산업재 관련주들은 환차익 덕에 실적이 좋을 것으로 보여 전반적인 증시 분위기는 나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오현석 삼성증권 이사는 “애플의 아이폰6가 출시되는 등 휴대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도 예상만 못할 수 있다”면서 “주식시장이 실적 추이를 따라가기보다 정책이나 유동성에 의해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 당장 주가가 올라갈 요인은 많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