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주파수’로 불리는 700㎒ 대역을 놓고 통신업계와 지상파 방송사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이동통신과 초고화질(UHD) 방송 용도로 수년간 이 주파수 할당을 요청해온 양 업계가 지난 2일 열린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총회를 계기로 다시 팽팽한 신경전에 들어간 모양새다.

700㎒는 정부가 2017년까지 구축할 예정인 재난망 주파수 유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주파수 할당을 결정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안전행정부와 통신사, 방송사 간 줄다리기를 지켜보며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황금주파수 700㎒ 잡자! 통신사·지상파 전쟁
○통신·지상파 700㎒ 갈등 재점화

미래부 산하 민간단체인 TTA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표준을 결정하는 곳이다. 2일 열린 TTA 총회에는 34건의 표준 후보안이 상정됐다. 이 중 단 한 건의 후보안만 부결됐다. 지상파 UHD 방송표준이다.

UHD 방송 상용화 일정이 불투명해진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는 당장 반발했다. 지상파 방송사로 구성된 한국방송협회는 8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표준안 부결에 대해 항의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지상파 방송사는 700㎒ 주파수를 UHD 방송용으로 탐내고 있다.

한국방송협회는 “700㎒ 대역 주파수를 차지하려는 통신업계의 횡포로 이번 표준이 부결됐다”고 주장했다. TTA 의결권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과반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방송협회는 결의문을 통해 “700㎒ 대역을 차지하기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통신사 측이 지상파 UHD 표준 채택을 방해하고 있다”며 “국민에게 고품질 UHD 방송을 조기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해 시청자 복지를 퇴행시켰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통신사들은 이번 표준안 부결은 기술적 문제였다고 반박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제출한 표준안에 기술적 미비점이 있어 부결된 것”이라며 “700㎒와는 관계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재난망 주파수로도 검토

업계에서는 이번 TTA 총회를 계기로 700㎒를 둘러싼 통신사와 지상파 방송사 간 갈등의 골이 한층 깊어졌다고 지적했다. 이 주파수는 ㎓급 광대역 주파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주파여서 도달 거리가 길다. 기지국 수가 적어도 전파 전달이 쉽다는 얘기다.

통신사들이 700㎒ 주파수 대역을 추가로 확보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급증하는 데이터 트래픽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 증가에 대비하려면 이 주파수 외에는 대안이 없다”며 “지상파 방송사는 보편적 시청권을 내세우며 이 주파수 할당을 요청하는데 직접수신율이 낮아 당위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700㎒ 주파수를 원하는 곳은 업계뿐만이 아니다. 안행부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재난통신망 구축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미래부에 이 대역을 재난망 용도로 신청했다. 국토교통부는 철도통신망, 해양수산부는 해양 내비게이션 시스템인 e내비게이션 용도로 이 주파수를 원하고 있다. 700㎒가 재난망에 할당되면 세 정부 부처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오광혁 미래부 전파정책기획과장은 “재난망 태스크포스(TF)팀이 이달 말까지 망에 쓰일 기술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TF 팀의 결정이 나온 뒤 구체적인 주파수 활용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 700㎒ 대역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으로 비게 된 698~806㎒ 대역 108㎒ 폭 주파수를 말한다. 이 중 40㎒폭은 이명박 정부 시절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용으로 의결해 사용처가 확정됐고 남은 68㎒ 폭을 두고 통신업계와 방송업계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