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K텔레콤아이리버를 인수하면서 아이리버의 주력 제품군인 ‘고음질 플레이어’가 주목받고 있다. 고음질 플레이어는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MQS 등의 무손실 음원파일을 재생하는 휴대용 음악 재생장치다. 기존에 무손실 음원파일을 재생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대형 오디오 시스템이 필요했다. 값비싼 음향 장비에 빠진 남편 때문에 한탄하는 아내들의 한숨도 여기서 시작됐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의 MP3플레이어 업체였던 아이리버는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2012년 기존 오디오 장치보다 싸고 휴대성이 뛰어난 세계 최초의 휴대용 고음질 플레이어 ‘아스텔앤컨’을 내놓은 것이다. 이후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국내는 물론 일본 유럽 등을 중심으로 매달 4000~5000대 판매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시장성이 입증되자 후발 업체들의 추격이 시작됐다. ‘워크맨’으로 맹위를 떨치던 소니는 지난 3월 고음질 플레이어인 ‘워크맨 NWZ-ZX1’을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70만원대로 아이리버보다 싼 것이 강점이다. 코원시스템도 지난 6월 ‘플레뉴 1’을 내놨다. FLAC, WAV 파일 재생은 물론 DXD, DSD와 같은 다양한 고음질 포맷을 지원한다. 아이리버가 독점했던 시장이 3파전 양상으로 흐르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하드웨어적인 기반은 마련됐지만 관건은 콘텐츠 확보에 있다. 정작 들을 수 있는 무손실 음원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리버는 지난해 1월부터 MQS 음원 장터인 ‘그루버스’를 선보였다. 아이튠즈 생태계를 바탕으로 아이팟 성공신화를 이뤄낸 애플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현재 15만곡 이상의 고음질 음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어 네이버가 네이버뮤직을 통해 무손실 음원 유통을 시작했으며, 멜론과 벅스도 전용관을 마련해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드웨어·콘텐츠 활성화에 발맞춰 출력장치인 이어폰과 헤드셋도 무손실 음원 지원에 나서고 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