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김홍도·장승업 작품 등 국보급 114점 총출동
간송미술문화재단은 7월2일부터 9월28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간송문화전 2부 ‘보화각’을 연다. 지난 15일 막을 내린 1부 ‘간송 전형필’의 후속 전시다. 이번 전시에는 ‘미인도’를 포함해 모두 114점이 출품된다. 1부가 간송이라는 인물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데 비해 2부에서는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명품을 대거 소개한다. ‘보화각’은 전형필이 자신의 소장품을 바탕으로 설립한 국내 최초의 사립박물관으로 간송미술관 전신이다.
전시 작품 중에는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국보 제72호)과 ‘금동삼존불감’(국보 제73호) 등 국보 12점과 보물 8점이 포함돼 한국 미술사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반이 어려운 석조유물 두 점을 빼고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지정문화재가 모두 나온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 명작인 ‘압구정’과 ‘풍악내산총람(楓岳內山總覽)’, 봄날 말 위의 선비가 꾀꼬리 소리를 들기 위해 멈춰선 풍경을 서정적으로 그린 김홍도의 ‘마상청앵(馬上聽鶯)’, 5만원권 지폐 뒷면에 실린 조선 중기 묵죽 대가 이정의 ‘풍죽(風竹)’, 단원 풍속화의 맥을 계승한 김득신의 ‘야묘도추(野猫盜雛)’, 세 신선이 서로 나이를 자랑하는 장승업의 ‘삼인문년(三人問年)’ 등 교과서에서 자주 본 작품이 즐비하다. 또 추사 김정희가 말년에 초의선사가 보낸 차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쓴 서예 명품 ‘명선(茗禪)’, 고려 문종 때 제작된 금동삼존불감, 세종 30년 신숙주 등 집현전 학사들이 왕명을 받아 편찬한 한글 표준음 이론서 ‘동국정운’도 선보인다.
백인산 간송미술관 연구실장은 “앞으로 DDP에서는 대중을 겨냥한 전시를,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는 학술적 성격의 전시를 개최할 계획”이라며 “올가을에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간송미술관에서 가을 정례 전시회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부 전시에는 77일 동안 모두 12만1460명이 다녀가 성북동에서 열리던 전시의 평균 관객 수를 훨씬 웃돌았다. 전인건 간송미술문화재단 사무국장은 “첫 외부 전시라 걱정이 많았지만 대과 없이 마무리돼 다행”이라며 “젊은 관객의 호응이 높아 고무적이었다”고 말했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