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컵으로 '의리'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된 박주영과 홍명보 감독. 사진=엑스포츠 제공
이번 월드컵으로 '의리'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된 박주영과 홍명보 감독. 사진=엑스포츠 제공
홍명보호 승선에서부터 잡음이 끊이질 않았던 박주영이 결국 세 번째 월드컵에서도 명예를 회복하지 못했다.

한국시간으로 27일 오전 5시에 치러진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예선 벨기에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박주영은 이번 대회 처음으로 선발에서 제외됐다. 홍명보 감독은 자신과 박주영에 대한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고수하던 박주영 카드 대신 김신욱을 선발로 내세웠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박주영을 외면한 홍명보 감독의 선택도, 박주영의 월드컵도 16강 탈락으로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홍명보 감독이 '소속팀 활약 선수 선발'의 원칙을 깨며 박주영을 선발할 때부터 비극은 예고되어 있었다.

소속팀 아스날에서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고 벤치를 지키던 박주영은 왓포드로 임대된 후에도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급기야 아스날은 한국시간으로 27일 새벽 박주영과의 완전 이별을 통보했다. 박주영은 오는 7월 1일부터 소속팀이 없는 '무적 선수'가 된다.

'엔트으리'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주영 기용을 강행했던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을 앞둔 몇 차례 평가전에서 자신의 믿음을 증명해내지 못했다. 박주영이 침묵을 지킨 것이다.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주영은 러시아와의 첫 경기에서 슈팅 1개에 그치며 부진했고, 2 대 4로 대패했던 알제리전에선 단 하나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며 체면을 구겼다. 외신도 과연 아스날의 공격수가 맞느냐며 혹평을 쏟아냈다.

누리꾼들은 박주영의 경기 기록을 두고 '0슈팅 0도움 1따봉 1미안하다'는 비아냥을 하기도 했다.

홍명보호 좌초의 원흉으로 박주영을 지목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소속팀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도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한 선수들의 눈물을 돌아본다면 그를 향한 비난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최종 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던 이명주가 탈락하자 축구팬들은 그에게 '무조건 해외로 나가서 벤치라도 앉아 있어야 월드컵에 나갈 수 있다'며 씁쓸한 위로를 했다.

출발부터 원칙이 무너지며 삐걱였던 대한민국의 월드컵은 끝났다. 축구팬들에겐 전투 아닌 축제로서의 월드컵만 남았다.

그리고 박주영은 홍명보 감독과 동료들의 '감싸기'에도 결자해지를 하지 못했다. 꼭 10년 전엔 '한국 축구의 벼락 같은 축복' 소리를 듣던 그였다. 하지만 이름값과 감투만 남은 박주영은 대표팀의 '축피아'가 되어 화살로 돌아오고 말았다.

최종전 선발에서 제외하긴 했지만 끝까지 그를 두둔하던 홍명보 감독 역시 책임을 피하게 어렵게 됐다.

90분의 경기가 끝난 뒤 허탈해 하던 선수들의 모습, 밤새워 거리를 지킨 붉은악마의 눈물. "한국에 박주영만한 공격수가 없다"던 홍명보 감독의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