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한숨도 못잤다.

이대로 한국에 돌아간다면 너무나…."
'신형 진공청소기' 한국영(24·가시와 레이솔)은 울먹이기만 할 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한국영은 24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포스 두 이구아수의 페드로 바소 경기장에서 치러진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났다.

그는 지난 일주일간 롤러코스터와 같은 시간을 보냈다.

지난 18일 러시아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중원을 접수하며 홍명보호가 무승부를 거두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김남일의 후계자임을 의미하는 '신형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은 온전히 그의 것이 됐다.

그러나 23일 열린 알제리전에서 한국은 알제리의 거센 공세에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한국영으로서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한국영은 "바보같은 경기를 한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

그렇게밖에 하지 못한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알제리전이 끝나고 이날 훈련장에 나오기 전까지 마음을 어떻게 추스렀느냐'고 묻자 그는 "내 축구 인생에 그런 경기는 해본 적이 없었다.

잠을 한숨도 못 잤다"고 말했다.

이어 "생각을 해봤는데… 이대로 한국에 돌아가면 너무나…"라고만 말한 뒤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목소리는 떨렸고 입술을 깨물면서 눈물을 참았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 그는 "이곳 브라질에 미련을 남기고 싶지 않다"는 말을 울분과 함께 토했다.

한국은 이제 벨기에와의 3차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경우의 수'에 따라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는 처지다.

한국영은 "0.1%의 가능성이 있다면 분명히 도전해야 한다.

우리를 비난하시는 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돌릴 수 있는 기회다.

벨기에전이 내 마지막 경기인 것처럼 뛰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어 "벨기에전에서 큰 부상을 당해도 좋다.

경기가 끝나면 그라운드에서 기어서 나와도 좋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어느새 벌게진 눈으로 말했다.

(이구아수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a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