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23일 오후 각각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팽천 중국 교통은행장이었다. 지난달에는 티엔 궈리 중국은행 이사회 의장이 한국 금융당국을 찾았다.

국내에 진출한 중국계 외은지점의 중국 본사 수장들이 잇따라 한국을 찾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으로부터 한국에서의 위안화 청산은행(clearing bank)으로 지정받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어서다. 인민은행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달 초 방문한 뒤 한국 정부의 의견을 수렴해 위안화 청산은행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화 청산은행이란 역외(중국 바깥)에서 위안화 결제대금의 청산을 담당하는 은행이다. 한국은 현재 무역대금으로 원·위안화 결제를 할 경우 국내 은행과 국내에 진출한 중국계 외은지점, 한은, 중국 현지의 청산결제시스템 등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청산은행이 지정되면 국내 기업의 위안화 결제는 ‘국내 은행-국내 청산은행-중국 현지 청산결제시스템’으로 간소화된다. 청산은행은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청산은행으로 지정받기 위해 교통은행, 중국은행, 공상은행 등 중국 거대은행들이 뛰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수출입 규모가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무역대금은 대부분 원·달러로 결제돼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5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 478억8000만달러(통관기준) 중 중국 비중은 25.3%로 1위다. 수입은 425억3000만달러의 18.1%로 중동(23.2%)에 이어 2위다.

국내 시중은행들도 청산은행과의 업무협조를 위한 인프라 등을 준비 중이다.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은 24일 팽천 교통은행장과 만나 원·위안화 결제 등과 관련된 업무협약을 맺는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