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항문전문병원인 양병원은 최근 국내 처음으로 여성치질센터를 열었다. 여성 의료진이 여성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양병원 제공
대장항문전문병원인 양병원은 최근 국내 처음으로 여성치질센터를 열었다. 여성 의료진이 여성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양병원 제공
서울양병원(의료원장 양형규)은 최근 여성전문클리닉인 ‘여성치질센터’를 개원했다. 여성치질센터는 임신치질클리닉, 치질을 유발하는 만성변비 클리닉으로 구성했다. 환자가 원할 경우 여의사 진료가 가능하다.

양형규 양병원 의료원장은 “그동안 치질은 남성 위주의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여성 치질 환자가 한 해 40만명에 이르는 등 치질환자의 50% 가까이 증가했다”며 “여성 치질은 임산부나 복합적인 원인을 가진 중장년 여성 등 치료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진료와 치료를 위해 여성치질센터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치질은 항문조직이 아래로 빠져나오는 치핵, 항문샘이 감염돼 고름이 새어나오는 치루, 항문이 찢어져 통증을 유발하는 치열 등 세 가지 항문질환을 의미한다. 특히 20대의 경우 남성보다 여성 환자가 20%가량 많다. 치열은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이 많은 편이다. 여성 치질 환자가 많은 이유는 임신 및 출산 경험과 만성변비 때문으로 알려졌다.

임신 중 치질, 참으면 조산 위험

여성은 임신 후반기가 되면 자궁이 커져 직장과 항문을 압박한다. 심장으로 가는 정맥을 눌러 항문 주위 혈액이 순환되지 못하고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져 울혈상태가 되기 쉽다. 또 임신 중에는 여성 호르몬인 황체호르몬(프로게스테론)의 혈중농도가 상승해 장의 운동을 저하시키고 변비를 유발한다. 변비가 있으면 배변시 힘을 주게 돼 치핵·치열이 유발되거나 심해진다. 임산부들이 치질에 잘 걸리는 이유다.

하지만 임신 중에는 치질을 치료하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임신 중 치질을 방치하게 되면 점차 통증이 심해져 조산 위험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또한 출산 후에도 치질이 악화돼 모유수유 및 산후조리에 영향을 미치기 쉽다. 양병원 여성치질센터는 임신 기간에 맞춰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임신 초기엔 식이요법, 운동치료 병행

임신 초기인 2~3개월까지는 약물에 의한 태아의 기형이 일어나기 쉬운 시기이므로 약을 사용하지 않고 식이요법, 운동치료 등 생활요법을 통해 치료한다. 필요한 경우 태아에 해가 없는 식이섬유약제를 처방한다. 임신 5개월이 넘어가면 약으로 기형이 일어날 확률이 낮아져 약물치료나 수술도 가능하다. 양 의료원장은 “임신 중 치질은 심할 경우 통증으로 인한 조산 위험이 높아지고 출산 후 회음부 열창, 직장질루 등 다른 항문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만성변비는 정확한 검사 받아야

여성 치질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만성변비는 원인을 찾아내 질환을 치료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50~60대 중년 여성의 경우 골반 질환이나 장기능 이상 등의 원인으로 만성변비와 같은 배변장애를 겪기 쉽다.

문제는 만성변비의 원인이 장 기능 이상, 뇌졸중, 허리디스크, 당뇨에 의한 신경장애, 갑상샘기능 저하증, 배변 출구의 기능 이상 등 굉장히 다양해 원인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원인을 찾았다 하더라도 단순한 물리치료나 약물만 가지고는 치료가 힘들고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양병원에서는 항문초음파, 배변 조영술, 장운동 시간검사 등을 통해 원인을 찾고 바이오피드백 치료, 복강경수술 등을 시행한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