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형기술은 기본 중 기본"…구본준의 철학, G3서 빛났다
‘G3의 디자인과 모양은 LG가 만든 역대 스마트폰 중 가장 멋지다. 뒷커버의 미묘한 곡선은 잡히는 느낌이 좋고, 크기에 비해 놀랄 만큼 가볍다. 디자인이 갤럭시S5를 앞선다.’(IT전문매체 매셔블)

‘G3는 디스플레이가 앞면의 77%에 달할 정도로 베젤(테두리)이 무척 얇다.’(더버지)

‘G3의 마감은 G2에 비해 확실히 좋아졌다.’(엔가젯)

LG전자 G3가 국내 출시 20여일 만에 25만대가 팔려나가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쿼드HD(QHD), 레이저 오토포커스 카메라 등 여러 성공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혁신적인 디자인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그동안의 LG 스마트폰과 뭔가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이 같은 디자인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바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사진)이 3년 전 취임할 때부터 강조한 ‘기본’에서 나온다는 게 내부 분석이다.

○금형 기본 갖춘 게 G3 디자인 비결

“제조업 경쟁력의 ‘기본’이 무너졌다.”

2010년 10월 아이폰발 태풍에 휘말려 표류하던 LG전자 수장을 맡은 구 부회장은 이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쇼(CES 2011)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털어놓았다. 구 부회장이 말한 기본 중 가장 중요한 게 금형 기술이었다. LG전자는 2000년대 초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금형사업을 분사했다. 그러나 구 부회장은 취임하자마자 금형사업을 다시 내재화하기로 하고, 그해 12월 평택공장에 LG전자 금형기술센터를 착공한다. 총 투자비는 1100억원 규모. ‘금형은 제품 외관 디자인을 결정하는 핵심 기술이다, 아무리 좋은 디자인이 있어도 이를 구현할 금형 기술이 없으면 헛일’이란 생각에서다.
"금형기술은 기본 중 기본"…구본준의 철학, G3서 빛났다
금형센터는 2012년 5월 완공됐다. 연면적 2만2000㎡(약 6800평) 규모로 스마트폰을 비롯해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금형을 직접 생산하는 초정밀 금형 제작설비를 갖췄다. 구본무 LG 회장과 함께 준공식에 참석한 구 부회장은 LG전자 경영진을 모아 놓고 초정밀·고생산성 금형 기술 개발에 힘을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금형센터가 문을 열면서 LG전자는 금형 개발 기간을 종전의 절반 정도로 단축할 수 있게 됐다.

LG전자는 또 2011년 초부터 ‘금형 아카데미’ 등 다양한 금형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해 고급 금형전문가를 키우고 있다. 최근 정수기 냉장고 등 가전 등에서도 디자인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중국 업체를 따돌릴 핵심 기술

금형 기술을 갖춘 LG전자는 이번에 G3에 모든 걸 쏟아부었다. G3 디자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좌우 베젤이 약 3㎜에 불과할 정도로 얇다는 것이다. 전면에서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면적 비중이 76.4%로, 세계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크다. 이렇게 얇은 베젤을 만들려면 초정밀 가공기술이 필요하다. LG전자 관계자는 “첨단 금형 기술을 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뒷커버엔 머릿결과 같은 물결무늬가 미세하게 새겨졌다. 잘 미끄러지지 않게 기능하면서도 심미적으로 뛰어나다. 좁은 면적도 아니고, 휴대폰 전체 면적에 세밀한 무늬를 균일하게 새길 수 있었던 것도 금형 기술 덕분이다.

G3의 장점 중 하나는 배터리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G폰 시리즈 중 처음이다(G2는 국내용은 교환이 가능했지만 해외 모델은 배터리 일체형). 이전 옵티머스G 시리즈도 상당수 모델이 배터리를 바꿀 수 없는 ‘일체형’이었다.

금형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를 바꿀 수 있게 만들려면 뒷커버를 매우 얇고, 수없이 뺐다 껴도 홈에 딱 맞도록 견고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교환식의 경우 뒷커버를 벗겨내면 기판을 가려주는 내부 커버가 있다. 그만큼 외부 커버는 얇게 만들어야 한다. 뒷커버를 제대로 만들 금형 기술이 없으면 배터리 교환식으로 출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최근 휴대폰 케이스, 배터리 커버 등은 예술품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금형 기술은 뒤를 바짝 쫓아오는 중국 업체와의 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부문이기도 하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