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일 충무아트홀서 공연
지난 16일 서울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진행된 연극 ‘셰익스피어의 모든 것’의 ‘런 스루(실제 공연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중간에 끊지 않고 진행하는 연습)’ 현장. 연습 시작 전 연출을 맡은 알렉시스 부크는 “진지한 셰익스피어 작품을 기대하지 말라”며 “이 공연은 코미디”라고 강조했다.
연출가의 말대로다. 배우들이 실명으로 등장하는 공연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패러디로 셰익스피어 작품을 유쾌하고 우스꽝스럽게 풀어낸다. 황혜림의 대사대로 “축약된 셰익스피어의 모든 것”이다. 잔혹극 ‘타이터스 안드로니쿠스’는 엽기적인 요리쇼로, 비극 ‘오셀로’는 에미넴의 랩 음악으로 표현한다. ‘맥베스’는 같은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하는 ‘007 스카이폴’을 패러디한다.
셰익스피어 역사극들은 왕관 쟁탈전을 벌이는 럭비 경기 중계로 한꺼번에 보여준다. 리어왕이 경기에 끼어들어 왕관을 탈취해 대사를 읊지만 실제 왕이 아닌 허구의 인물이라는 이유로 실격 처리된다.
‘햄릿’에선 오필리아의 정신세계를 육체, 자아, 초자아로 나누고 관객과 함께 장면을 만든다. 이 장면뿐 아니라 시종일관 관객과 호흡을 같이하고 소통하는 공연이다. 이날 연습엔 관객이 적어 교감의 재미가 잘 살아나지 않았다. 배우가 관객의 참여를 얼마나 잘 이끌어내느냐가 공연의 관건이다.
이 작품은 1987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돼 지금도 공연 중인 장기 흥행작이다. 국내서도 2005년과 2008년 ‘투어’ 공연이 이뤄졌다. 올해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을 맞아 연희단거리패가 라이선스를 얻어 한국어로 처음 공연한다. 동시대와 호흡하는 코미디인 만큼 ‘지금 여기의 상황’이 많이 반영된다. 연희단거리패 간판 배우인 이승헌은 “원작 자체에 마당극적인 요소가 강하다”며 “연희단거리패 특유의 연기 방식을 결합한 독특하고 개성 있는 광대극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20~28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열린다. 3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