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컨벤션 시설 복합화 서둘러라
부산과 제주지역 유통업체들이 지난달 31일부터 13일간 크루즈선을 타고 들어온 중국과 대만 암웨이의 인센티브(포상) 관광객 1만8000여명을 맞아 유례없는 특수를 누렸다고 한다.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는 이들 관광객이 머문 3시간 동안 매출이 24배 뛰었고, 일부 명품 브랜드는 국내 핸드백 전체 매출의 3분의 2를 팔아치웠다는 것이다. 이들이 이번에 한국에서 모임을 갖고 관광하는 데 쓴 돈은 크루즈 운임과 쇼핑 등 개인 지출을 제외하고도 2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번 중화권 암웨이 관광단 같은 인센티브 관광을 포함한 마이스(MICE) 관광이 그 경제적 효과로 주목받고 있다. 마이스는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를 아우르는 ‘비즈니스 여행’을 총칭하는 말이다. 이들 마이스 관광객은 회의나 컨벤션 참석 외에 관광, 소비 등 부가활동을 하기 때문에 일반 패키지 관광객에 비해 씀씀이가 매우 크다는 특징이 있다. 국제회의 참가자의 경우 소비액이 일반 패키지 관광객보다 2배 정도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마이스는 컨벤션 부문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해 왔다. 컨벤션 시장은 2013년 국제협회연합(UIA) 기준 국가별로 세계 3위, 서울은 도시별로 세계 4위를 차지한 것이 그 결과를 말해준다. 그러나 이제는 마이스도 양을 넘어 질적인 성장을 꾀해야 할 때다. 추적자 역할에서 선도자 역할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국 마이스의 발전을 위해서는 ‘복합화’ ‘협업화’에 주목해야 한다. 우선 컨벤션 시설의 복합화가 필요하다. 컨벤션센터를 중심으로 숙박시설, 상업시설 등 집적화에 주력해야 한다. 나아가 문화시설, 예술시설, 오락시설, 기업홍보관 등이 추가되면 복합화의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국제회의복합지구, 국제회의집적시설 등의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국회의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복합화는 시설만이 아니라 국제회의 행사 그 자체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단순히 국제회의와 전시회의 유치에 만족하지 말고, 관련 행사·이벤트와의 접목을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제회의 및 전시회를 계기로 문화예술행사, 지역축제, 체육대회 등을 결합해야만 회의 유치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 한 장소에서 공동개최라도 할 수 있다면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그렇게 하는 데서 새로운 행사유형이 나오고, 행사의 상품성이 높아지면서 시장규모를 키워나갈 수 있다. 지금까지 각각의 행사가 별개로 기획, 진행됐다면 앞으로는 다른 행사라도 함께 기획할 여지는 없는지 또 서로를 보완해 줄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협업의 관점에서 일을 추진할 일이다.

마이스의 산업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은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마이스 전문인력 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회의·행사정보의 유통, 시장거래표준의 정착, 국내회의의 육성, 국제기구의 유치 등도 국내 마이스 산업기반의 구축 및 수요확대를 위한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국제회의를 비롯한 마이스는 행사를 유치하는 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널리 활용하는 계기로 삼는 게 중요하다. 마이스는 우리 사회에 지적 토론문화가 퍼지고, 국제화 수준이 높아지며, 정보와 지식의 전달이 활성화되는 데 적잖이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스 관련 참가자가 다양한 계층으로 확산되고, 방송 등을 통해서 시민 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김희수 <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 hskim@kct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