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인기를 얻던 ‘저위험 주식연계증권(ELS)’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매주 20~30종씩 발행됐던 손실구간 50% 이하의 저위험 지수형 상품이 손에 꼽을 만큼 줄었다. ELS 기초자산으로 활용되는 코스피200 등 주요 지수들의 변동성이 뚝 떨어지면서 증권사들이 저위험 상품의 발행을 꺼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ELS는 변동성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증권사들이 ELS를 내놓으려면 지수 변동성이 커질 때 유리한, 반대 성격의 헤지용 상품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지수 변동성이 작아지면 헤지비용이 늘고 수익률도 떨어진다.
잘 나갈땐 매주 30종씩 발행됐는데…저위험 ELS 씨가 말랐다
○저위험 ELS 발행 급감

12일 한국예탁결제원과 주요 증권사에 따르면 6월 들어 이날까지 출시된 지수형 ELS 200여종 중 손실구간이 50% 이하로 설정된 상품은 11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을 밑도는 수준이다. ELS는 발행 시점 기초자산을 기준으로 손실구간을 설정하는데 이 기준이 낮을수록 안전한 상품으로 꼽힌다.

ELS 설정액 기준 업계 1위인 KDB대우증권은 이 기간 30종의 지수형 ELS를 내놓았다. 이 가운데 11278호(연 이율 6%)만 손실구간이 50% 이하였다. 지난 3월 같은 기간 손실구간 50% 이하 상품이 5종에 달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6월 들어 17종의 ELS를 출시한 미래에셋증권은 손실구간 50% 이하 상품을 아예 내놓지 않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의 지수 변동성으로 손실구간 45~50% 상품을 내놓으면 ELS 수익률이 연 4~5% 수준까지 떨어진다”며 “저축은행 정기적금과 엇비슷한 수익률을 제시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저위험 상품 비중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푸대접받는 코스피200

손실구간 50% 이하인 상품 중 일부는 기초자산에서 코스피200을 아예 빼버렸다. 삼성증권이 이달 들어 출시한 10274호와 10275호가 대표적이다. 최근 지수 변동성이 급격히 떨어지자 기초자산을 재조정했다는 설명이다. 코스피200지수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V코스피지수는 지난 2월 17.67에 달했지만 4월 이후 11 근처에서 맴돌고 있다. 낮을수록 변동성이 적다.

ELS 만기 후 새로운 ELS에 재투자하기를 꺼리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 증권사 PB센터 직원은 “오랜 기간 ELS에만 투자했던 고객 중 상당수가 ELS 상환액을 새로운 ELS 대신 CMA(종합자산관리계좌)에 넣고 있다”며 “ELS를 대체할 만한 재테크 수단이 없느냐는 문의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ELS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코스피200은 물론 미국, 홍콩, 유럽 지수들의 변동성도 낮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 ELS(주식연계증권)

코스피200 같은 지수나 개별종목 주가 움직임과 연계, 수익률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상품. 기초자산 가격이 만기 때까지 계약 시점보다 40~50%가량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