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이 최근 전격 기용한 발레스타 김현웅 씨(왼쪽)와 이은원 씨가 ‘돈키호테’의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국립발레단이 최근 전격 기용한 발레스타 김현웅 씨(왼쪽)와 이은원 씨가 ‘돈키호테’의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국내 양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은 최근 각각 김현웅 씨(33)와 김주원 씨(36)를 객원 수석무용수로 초빙했다. 이들은 2000년대 국내 발레계의 르네상스를 이끈 스타 무용수로 국내 발레 팬들에겐 익숙한 얼굴이지만, 한동안 국내 전막 발레 무대를 떠나 있었다.

유니버설발레단 객원 수석무용수 김주원.
유니버설발레단 객원 수석무용수 김주원.
두 발레단이 왕년의 스타를 호출한 까닭은 뭘까. 실력은 기본이고 이전에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강력한 관객 동원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니버설발레단 관계자는 “김주원 씨는 무용수로서 실력뿐 아니라 인지도 면에서 굉장한 장점을 지니고 있고, 관객들 사이에서 ‘지젤’을 가장 잘 연기하는 발레리나로 꼽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는 1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지젤’을 시작으로 유니버설발레단 정규 무대에 설 예정이다.

서양인 무용수만큼 좋은 비율의 몸매를 지닌 김현웅 씨는 2011년 후배 폭행사건으로 사표를 내고 2년간 워싱턴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했다. 그를 다시 국내 무대로 부른 사람은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이다. 강 감독은 국립발레단 취임 후 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만큼 춤·신체 조건·인지도 모두를 갖춘 스타급 남자 무용수는 없었다. 그는 오는 26~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서 발레 ‘돈키호테’의 주역을 맡아 연기할 예정이다.

현대무용은 대중과 거리가 멀다고 인식되지만 스타 무용수가 출연한다면 사정은 다르다. TV프로그램 ‘댄싱9’에 출연해 큰 인기를 끈 한선천, 하휘동, 이루다, 김명규가 만든 공연 ‘디포유’는 지난 1월 티켓 오픈 10분 만에 5회 공연이 모두 매진됐다. 한씨는 “이제는 초대권이 없어도 객석이 찬다”며 “댄싱9을 계기로 찾는 곳이 많아져서 정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가 필요한 건 발레뿐 아니다. 국악계에서는 스타급 연극 연출가와의 협업을 통해 흥행몰이에 나서고 있다. 국립창극단이 대표 주자다. 초연 당시 객석점유율 90% 이상을 기록했던 창극 ‘장화홍련’ ‘메디아’ ‘서편제’ 모두 연극·뮤지컬계의 스타급 연출가가 만든 작품이다. ‘장화홍련’의 한태숙 씨, ‘메디아’의 서재형 씨, ‘서편제’의 윤호진 씨는 모두 공연계에서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연출가로 꼽힌다.

국립창극단은 이런 여세를 몰아 11일부터 무대에 올리는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창극으로는 이례적으로 26일간 장기공연을 하기로 했다. 스타 연극연출가 고선웅 씨가 연출과 대본을 맡은 작품.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최근 연극 및 뮤지컬 관객들이 폭넓게 창극을 보러 오면서 우리도 뮤지컬처럼 장기공연을 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연극 관객이 스타 연출가를 통해 창극을 보러 오면서 공연 표 판매에 도움이 됐고, 더불어 창극의 새로운 관객층 개발에도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