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법인세 인하 움직임이 탄력을 받고 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지난 5월 속보치를 크게 웃돈 데다 올해 법인세수도 5년 만의 최대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세율 인하를 통해 경기를 회복시키고, 이를 통한 세수 증가로 세수 부족을 만회하겠다”는 자신감이 더욱 힘을 받게 됐다.
아베 "세율 낮춰도 稅收 문제없다"…日, 법인세 인하 '탄력'
○1분기 GDP ‘서프라이즈’

일본 내각부는 1분기 GDP가 전분기 대비 1.6% 증가했다고 9일 발표했다. 연율로는 6.7%로, 2011년 3분기 이후 2년6개월 만에 최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당초 시장은 지난달 나온 속보치 1.5%(연율 5.9%)를 밑돌 것으로 봤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로써 아베 정부가 무제한 양적완화에 들어간 2012년 4분기 이후 6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예상과 달리 일본이 1분기 ‘깜짝’ 성장세를 보인 원인은 기업 설비투자 덕분이다. 1분기 설비투자가 7.6% 급증하면서 5월 속보치의 증가율(4.9%)을 크게 웃돌았다. 정부 지출은 차이가 없었지만 민간소비 증가율(2.2%)도 소폭 높아졌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1분기 성장률이 높아진 데 대해 “경제 기반이 탄탄하고 완만한 회복 기조에 변화는 없다”고 평가했다. 엔저 효과를 보고 있는 기업들이 설비투자에 나서고 고용을 늘리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자신감을 갖고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 성장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내각부는 5월 소비자심리에 대한 판단도 기존의 ‘약한 움직임’에서 ‘회복’으로 상향 조정했다. 소비세 증세 충격에서도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법인세수도 예상보다 1조엔 웃돌 듯

일본의 경제지표 개선이 법인세 인하에 순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법인세 인하는 재정건전성이 취약한 일본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기업실적 개선으로 증가하는 세수가 세율 인하분을 상쇄한다면 문제될 게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국가채무비율이 218.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실제 지난해 기업실적 호조로 올해 걷는 법인세수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13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법인세 수입이 11조6000억엔으로 정부 예상치(10조6500억엔)를 1조엔가량 웃돈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도 법인세(10조106억엔) 수입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신문은 상장 828개사의 사업보고서상 납세액에다 나머지 기업도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한다고 가정해 구한 법인세를 추정했다.

신문은 “상장사에 비해 중소기업은 실적 증가율이 낮아 실제 예상 대비 초과액은 수천억엔에 그칠 수 있지만 정부 전망치를 웃도는 것은 확실시된다”고 전했다. 엔저로 인해 불어난 이익이 세수 증가로 이어진 셈이다.

이달 하순 법인세 인하를 새로운 성장전략에 포함시켜 발표하기로 한 일본 정부에 남은 문제는 인하 폭과 속도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5년에 걸쳐 실효세율 을 20%대로 인하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일본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현재 35.64%(도쿄도 기준)로, 실효세율을 20%대로 내리기 위해 최소 3조엔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

일본 정부는 법인세 인하로 줄어든 세수를 만회할 수 있는 영구적 재원 조달 방안도 준비 중이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