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를 추진 중인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전자의 양산 노하우를 전수받아 바이오 패션 등 신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들 사업을 발판으로 내년 1분기로 예상되는 상장을 전후해 회사 가치를 최대한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의 양산 경쟁력을 가진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매일 수십만개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휴대폰과 TV를 만들어내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율을 구현한다.
電子의 생산관리 DNA 전수…에버랜드 '삼성 옥동자'로 키운다
○반도체 노하우 깃든 바이오

2010년 시작한 바이오는 삼성전자 노하우가 투입된 대표적 사업이다. 2010년 당시 신수종사업의 하나로 바이오·헬스케어를 꼽은 삼성은 삼성전자(지분 42.55%)와 삼성에버랜드(42.55%)가 주축이 돼 삼성바이오로직스(2011년)를 설립,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생산에 뛰어들었다.

바이오 진출은 전자사업에서 쌓은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 반도체에서 확보한 양산기술을 바탕으로 첨단 바이오 의약품을 낮은 비용에 대량 생산하겠다는 것. 실제 반도체와 첨단 의약품은 클린룸 관리 등 생산공정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지난해 7월 3만L급 생산설비를 갖춘 인천 송도 1공장을 완공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같은 달 세계 10위권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와 위탁생산(CMO) 계약을 맺은 데 이어 10월 세계 1위 항체의약품업체인 로슈와도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7200억원을 투자해 2공장을 짓고 있다. 증설을 완료하면 1공장과 추가 공장을 합쳐 총 18만L의 생산량을 보유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스위스 론자(24만L)와 독일 베링거인겔하임(22만L)의 뒤를 바짝 쫓아 단번에 세계 3위 의약품 위탁생산 업체로 부상한다. 삼성 관계자는 “외국에선 5~6년 걸리는 3만L 규모의 1공장을 3년 만에 완공한 데 이어 5배 규모인 15만L급 2공장도 3년 내로 완공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SCM 가동, 에잇세컨즈 주목

삼성에버랜드의 패션사업은 위기 상황이었다. 자라 유니클로 등 해외 제조·직매형 의류(SPA·패스트패션) 브랜드가 국내시장을 잠식하면서 영업이익률은 1~2%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공급망관리(SCM) 구축을 진두지휘했던 윤주화 삼성에버랜드 사장이 선임됐다.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윤 사장은 2011년 말 부임한 뒤 SCM 구축에 돌입했다. 과거처럼 춘하 추동 등 한 해 두 번 상품을 기획하고, 양껏 생산한 뒤 매장에 쌓아두고 팔다 안 팔리면 할인하는 구조로는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자라 등이 붐을 일으킨 건 먼저 소비자 욕구를 파악한 뒤 효율적 SCM으로 가장 빠르고 싼 가격에 생산해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지난 2년간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모두 아우른 SCM을 만들었다. 시스템이 최근 가동되면서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은 최근 1년에 2회가 아닌 2주에 한 번 기획해 상품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다. 에잇세컨즈는 론칭 첫 해인 2012년 매출 600억원, 지난해에는 1300억원을 기록해 매출 1000억원대 브랜드로 도약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1950억원이다. 지난 3일 상장 추진을 발표한 뒤 삼성에버랜드는 “상장을 통해 글로벌 패션·서비스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