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의 경기부양책이 2000선에 발이 묶인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유럽계 자금의 유입 가능성이 크고, 글로벌 경기의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 등에서 국내 증시가 다시 힘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피아 부인' 코스피지수 끌어올릴까
○유럽계 자금 유입 기대

ECB가 기준금리를 0.1%포인트 내리고 저금리장기대출(LTRO) 등을 시행하기로 한 것은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일부 기대했던 양적완화(QE) 조치까지는 아니지만 유동성을 시중에 푸는 통화정책을 내놨다는 점에서 실망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글로벌 증시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미국 다우지수는 ECB의 금리 인하 소식이 전해진 뒤 16,836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럽 증시도 대부분 1% 안팎으로 올랐다. 일본 대만 등 주요 아시아 증시는 6일 오름세로 출발했다가 약보합으로 밀리며 거래를 마쳤다. 휴일을 앞둔 탓에 힘을 받지 못했지만 기대감은 보여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답보 상태에 놓여 있는 코스피지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계 자금은 2012년 이후 유럽과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나올 때마다 국내 증시로 유입됐다”며 “이번에도 자금 유입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ECB가 2차 LTRO를 시행한 2012년 1월 이후 국내 증시에는 3개월간 6조7870억원의 유럽계 자금이 들어왔다. 국채 매입을 시작한 2012년 8월에도 3개월 연속 6조8241억원이 유입됐다.

글로벌 물가상승 압력으로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으로 이미 자금 유입이 시작된 상황인 만큼 유럽계 자금까지 가세할 경우 국내 증시 수급은 한층 더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매수세를 배경으로 코스피지수가 단기적으로 작년 10월 전고점인 2050~2060선까지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주 선호 지속될 것”

글로벌 각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수년간 거듭돼 온 탓에 주가 부양 효과가 예전만 못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유럽계 자금은 상대적으로 단기 성향을 띠고 있는 데다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ECB의 금리 인하가 주식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달러화와 원화, 엔화 움직임에 따라 업종별로는 주가 상승폭이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안기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화 약세·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 약세 요인과 외국인 자금 유입에 따른 원화 강세 요인이 맞물리면서 외환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유럽 등 각국 통화정책의 목표가 여전히 경기 부양에 맞춰져 있어 주요 수출주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 팀장은 “미국에 이어 유럽 경기도 느리지만 호전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라며 “중국 경기가 우려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다는 점이 지표로 확인되면 대형 수출주를 중심으로 국내 증시가 본격 상승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