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작을 두 번 봤어요. 100% 만족하기는 어렵지만 액션 영화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주변 분들도 재미있다고 해요. 이번 작품은 지난 10여년간 제가 영화에서 해온 어두운 캐릭터의 결정판입니다.”

4일 개봉하는 ‘우는 남자’(감독 이정범)에서 주연한 장동건(42·사진). 총제작비 100억원 규모의 이 느와르(범죄와 폭력을 다룬 장르) 영화에서 그는 어릴 때 미국으로 버려져 킬러로 살아오다 마지막 타깃인 한국 여인 모경 앞에서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는 곤 역을 맡았다. 총을 무기로 사용하는 이 영화에서 그는 전작 전쟁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마이 웨이’보다 더 많은 총탄을 사용했다고 한다. 2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장동건을 만났다.

“느와르 영화의 킬러 역은 남자배우들의 로망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느와르를 설득력 있게 만들기는 어려웠어요. 이정범 감독이 ‘아저씨’에서 보여준 연출력을 믿고 출연했습니다. 액션마다 감정을 실어 표현하는 게 어려웠어요. 감독이 액션 신마다 곤의 표정을 담아냈으니까요.”

‘우는 남자’의 액션은 ‘아저씨’의 그것과 다르다. ‘아저씨’에서는 절도 있는 동작의 동남아 경호 무술로 악당을 통쾌하게 쓰러뜨려 카타르시스를 만끽하도록 했다. 그러나 여기서는 액션의 목표가 상대방 제압이 아니라 잘못된 과거의 자신과 싸우는 데 있다.

“곤이 타깃인 모경을 살리려는 이유가 전개 과정에서 중요합니다. 그래서 장면마다 여러 버전의 감정을 담아 촬영한 뒤 관객에게 전달하기 쉬운 장면을 최종본으로 채택했어요.”

장동건은 한·중 합작 ‘위험한 관계’, 한·미 합작 ‘워리어스 웨이’ 등 다국적 프로젝트를 가장 많이 경험한 한국 배우다. 이 영화에서도 영어 대사가 절반 정도이며 외국 배우들이 여럿 등장한다.

“글로벌 프로젝트는 참여국을 다 만족시키기 위해 보편적 정서에 초점을 둡니다. 깊이 파고들지 못하니까 작품성으로는 호평을 못 받아요. 배우 입장에서도 내 작업 공간을 떠나서 일하니까 이질감을 많이 느끼죠. 하지만 촬영을 마치면 그 현장이 생각납니다. 해외 배낭여행처럼 고생스럽지만 추억거리가 남는다고나 할까요?”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