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갈등 봉합 실패…금감원에 '공' 떠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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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9시간 마라톤 회의…'전산 교체' 잠정 보류키로
검사결과 따라 한쪽은 치명상
검사결과 따라 한쪽은 치명상
국민은행이 전산시스템을 기존 IBM에서 유닉스로 전환하는 절차의 진행을 잠정 보류키로 했다. 전산 교체를 놓고 갈등을 벌인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김중웅 이사회 의장은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지난달 은행 이사회가 내린 전산 교체 결정을 그대로 유지할지 번복할지 결론짓지 못한 셈이다. 사실상 갈등 봉합에 실패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아홉 시간 회의 끝 ‘잠정 보류’
국민은행은 30일 오후 4시께 감사위원회를 열고 정병기 감사가 제기한 전산 교체 결정 과정에서의 문제에 대해 보고 받았다. 이어 오후 8시부터는 이사회를 열고 다음날인 31일 오전 1시까지 총 아홉 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했다.
앞서 국민은행은 경영협의회를 열고 IBM을 유닉스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던 전산 교체 사업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사업추진 계획에서 배제했던 IBM 시스템도 입찰 제안 대상에 포함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경영협의회의 이날 결정은 지난달 24일 은행 이사회의 결정을 뒤집는 것이었다.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도 경영협의회 의결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김 의장은 이사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경영협의회 의결을 존중하며, 지난달 24일 이사회에서 결의한 유닉스 기종으로의 전환 절차 진행을 잠정 보류키로 했다”고 말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에 ‘운명’
이사회가 경영협의회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이 행장과 정 감사의 의견을 채택한 모양새다. 당초 이 행장과 정 감사가 교체 결정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고, 결과적으로 교체 절차가 보류됐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들이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9시간에 걸친 회의 결과가 ‘잠정 보류’인 것은 양측의 첨예한 대립이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공을 금감원에 떠넘기고 시간을 번 뒤 검사 결과에 따라 향후 대응 방안을 찾겠다는 미봉책이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양측 의견이 합의가 됐다기보다 금감원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30일 이사회에서 반드시 해결책을 찾아달라”고 주문했지만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다음주 검사를 마무리하고 결론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검사 결과 교체 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오면 이 행장과 정 감사가, 반대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KB금융 임원 및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이 책임을 피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이 결정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아홉 시간 회의 끝 ‘잠정 보류’
국민은행은 30일 오후 4시께 감사위원회를 열고 정병기 감사가 제기한 전산 교체 결정 과정에서의 문제에 대해 보고 받았다. 이어 오후 8시부터는 이사회를 열고 다음날인 31일 오전 1시까지 총 아홉 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했다.
앞서 국민은행은 경영협의회를 열고 IBM을 유닉스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던 전산 교체 사업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사업추진 계획에서 배제했던 IBM 시스템도 입찰 제안 대상에 포함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경영협의회의 이날 결정은 지난달 24일 은행 이사회의 결정을 뒤집는 것이었다.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도 경영협의회 의결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김 의장은 이사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경영협의회 의결을 존중하며, 지난달 24일 이사회에서 결의한 유닉스 기종으로의 전환 절차 진행을 잠정 보류키로 했다”고 말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에 ‘운명’
이사회가 경영협의회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이 행장과 정 감사의 의견을 채택한 모양새다. 당초 이 행장과 정 감사가 교체 결정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고, 결과적으로 교체 절차가 보류됐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들이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9시간에 걸친 회의 결과가 ‘잠정 보류’인 것은 양측의 첨예한 대립이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공을 금감원에 떠넘기고 시간을 번 뒤 검사 결과에 따라 향후 대응 방안을 찾겠다는 미봉책이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양측 의견이 합의가 됐다기보다 금감원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30일 이사회에서 반드시 해결책을 찾아달라”고 주문했지만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다음주 검사를 마무리하고 결론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검사 결과 교체 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오면 이 행장과 정 감사가, 반대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KB금융 임원 및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이 책임을 피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이 결정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