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원, 계열사 매각 준비작업 돌입…최대주주 지분 확대 '분주'
국내 3대 제분업체 중 한 곳인 동아원이 부실 계열사를 털기 위한 사전 작업에 돌입했다. 동아원 최대주주인 한국제분은 계열사 매각에 따른 지분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올 들어 잇따라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

◆ 최대주주 한국제분, 지분 매입 분주한 이유는

29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한국제분은 올 1월 3일부터 이달 23일까지 70여차례에 걸쳐 동아원 주식 94만7770주를 매입했다. 지난 28일 종가 기준으로 28억2000만 원 규모다. 주식 매입을 통해 동아원 지분율은 48.35%에서 49.81%로 1.46%포인트 늘었다.

한국제분의 동아원 주식 매입은 부실 계열사 매각을 앞두고 지분을 최대한 늘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제분의 최대주주는 이희상 동아원그룹 회장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3남 재만 씨의 장인이다. 현재 42만5308주(지분율 31.09%)를 보유하고 있다. 동아원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를 매각할 경우 이 회장의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계열사들의 실적이 부진해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며 "동아원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 매각 시 경영권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한국제분이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매각 시 지분율이 하락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미리 지분을 늘리는 중"이라며
"동아원 주가가 낮을 때 사들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실적 부진 여파로 주가가 하락하면서 지분 매입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동아원 주가는 올해 6.6% 하락했다. 3000원대로 출발했던 주가는 2000원 후반대로 떨어졌다. 이달 들어선 2일 2700원대까지 밀려나는 등 52주 신저가 행보를 이어가기도 했다.

◆ 부실 계열사 부담…매각 가능성 높은 곳은

동아원은 현재 자동차 판매, 세포치료제 연구개발, 와인 제조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29개의 계열사를 갖고 있다. 이중 매각 대상이 오를 가능성이 높은 곳은 동아푸드와 피디피와인, 한국산업 등이다.

지난해 동아푸드와 피디피와인은 각각 31억 원, 13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국산업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 감소했다. 해당 계열사들은 각각 동아원 지분 1.24%, 2.02%, 0.23%를 보유 중이다.

동아원은 계열사들의 실적 악화로 부담이 커진 상태다.

지난해 매출액은 6355억75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7억5000만 원으로 반토막 났다. 당기순손실도 108억8200만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계열사에 대한 지원 부담으로 '부정적' 신용등급 전망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나이스신용평가는 동아원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편 동아원은 자사주 매각과 관련,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8일 동아원과 한국제분의 주식을 매각하기 위해 중간책 등을 동원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동아원 전 대표이사인 이모씨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동아원이 2011년 매각한 자사주 765만여주가 문제가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