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행부 축소안' 1주일도 안돼 뒤집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靑, 안행부 조직기능 이관 재검토
23일 수석비서관회의서 "조직 넘기면 안행부 '처' 격하"
반쪽 행정혁신처 우려…'책상머리 대책' 한계 지적도
23일 수석비서관회의서 "조직 넘기면 안행부 '처' 격하"
반쪽 행정혁신처 우려…'책상머리 대책' 한계 지적도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9일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안전행정부의 인사·조직 기능을 안행부에서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총리 소속으로 신설되는 행정혁신처로 이관해 안행부는 행정자치 업무만 전담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구상은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느슨해진 안행부를 개혁하기 위한 것으로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주도해 만든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1주일도 안돼 대통령이 밝힌 조직개편안을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안행부 인사·조직 기능의 총리실 이관 문제를 재검토하기로 하고 23일 김기춘 비서실장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다.
○“광역단체장 컨트롤 힘들어”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논의한 내용은 안행부의 인사·조직 기능 중 인사는 총리실 산하 행정혁신처로 넘기더라도 조직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핵심 기능을 모두 넘길 경우 총리실은 권한이 지나치게 세지고, 반면 안행부는 지방행정 지원 기능만 남아 ‘부’로서 존재 가치가 없어진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하지만 이 경우 총리실에 설치하기로 한 행정혁신처는 ‘반쪽짜리’ 조직으로 전락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행정혁신처를 과거 총무처와 같은 장관급 기구로 만들어 총리가 직접 최종 인사 및 조직 구성 권한을 행사하면서 느슨한 공무원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게 당초 취지”라며 “과거 총무처도 공무원 인사와 조직 기능을 모두 가졌는데, 행정혁신처를 신설하면서 인사와 조직 기능을 떼어낼 경우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안행부가 핵심 기능 이관에 따른 조직의 공중분해를 막기 위해 강하게 반발한 결과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안행부는 박 대통령의 담화인 만큼 공개적으로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기능이 축소돼 차관급 부처인 ‘처’로 격하될 경우 장관급에 준하는 서울시장 등 광역단체장을 컨트롤하기 어렵다는 논리 등을 내세워 조직개편안에 반발하고 있다.
○“서둘러 대책 내놨다” 지적도
안행부 조직 축소를 핵심으로 한 정부조직개편안은 당초 유 수석이 중심이 돼 만들었고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논의를 거쳐 박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를 기초로 담화에서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담화 발표 1주일도 안 돼 청와대가 재검토 논의에 들어간 것은 조직개편안 실행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서둘러 대책을 내놓았기 때문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유 수석은 지난해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당시에도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를 맡아 새 정부 조직개편 작업을 주도했다. 행안부를 안행부로 바꾸고 해양수산부를 부활시킨 것도 유 수석 작품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뒤 다시 안행부의 핵심 기능을 빼내고 해수부도 기능을 축소하기로 하면서 결과적으로 인수위 때 만든 개편안은 실패작이었음을 자인한 셈이 됐다.
유 수석은 행정학 교수 출신으로 인사행정 및 조직행정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다. 그가 쓴 ‘한국인사행정론’은 중앙부처 인사 담당 공무원 사이에서도 필독서로 통한다. 하지만 학자 출신의 ‘책상머리’ 아이디어의 한계가 실행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일부 지적도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박 대통령의 이 같은 구상은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느슨해진 안행부를 개혁하기 위한 것으로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주도해 만든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1주일도 안돼 대통령이 밝힌 조직개편안을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안행부 인사·조직 기능의 총리실 이관 문제를 재검토하기로 하고 23일 김기춘 비서실장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다.
○“광역단체장 컨트롤 힘들어”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논의한 내용은 안행부의 인사·조직 기능 중 인사는 총리실 산하 행정혁신처로 넘기더라도 조직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핵심 기능을 모두 넘길 경우 총리실은 권한이 지나치게 세지고, 반면 안행부는 지방행정 지원 기능만 남아 ‘부’로서 존재 가치가 없어진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하지만 이 경우 총리실에 설치하기로 한 행정혁신처는 ‘반쪽짜리’ 조직으로 전락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행정혁신처를 과거 총무처와 같은 장관급 기구로 만들어 총리가 직접 최종 인사 및 조직 구성 권한을 행사하면서 느슨한 공무원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게 당초 취지”라며 “과거 총무처도 공무원 인사와 조직 기능을 모두 가졌는데, 행정혁신처를 신설하면서 인사와 조직 기능을 떼어낼 경우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안행부가 핵심 기능 이관에 따른 조직의 공중분해를 막기 위해 강하게 반발한 결과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안행부는 박 대통령의 담화인 만큼 공개적으로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기능이 축소돼 차관급 부처인 ‘처’로 격하될 경우 장관급에 준하는 서울시장 등 광역단체장을 컨트롤하기 어렵다는 논리 등을 내세워 조직개편안에 반발하고 있다.
○“서둘러 대책 내놨다” 지적도
안행부 조직 축소를 핵심으로 한 정부조직개편안은 당초 유 수석이 중심이 돼 만들었고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논의를 거쳐 박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를 기초로 담화에서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담화 발표 1주일도 안 돼 청와대가 재검토 논의에 들어간 것은 조직개편안 실행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서둘러 대책을 내놓았기 때문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유 수석은 지난해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당시에도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를 맡아 새 정부 조직개편 작업을 주도했다. 행안부를 안행부로 바꾸고 해양수산부를 부활시킨 것도 유 수석 작품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뒤 다시 안행부의 핵심 기능을 빼내고 해수부도 기능을 축소하기로 하면서 결과적으로 인수위 때 만든 개편안은 실패작이었음을 자인한 셈이 됐다.
유 수석은 행정학 교수 출신으로 인사행정 및 조직행정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다. 그가 쓴 ‘한국인사행정론’은 중앙부처 인사 담당 공무원 사이에서도 필독서로 통한다. 하지만 학자 출신의 ‘책상머리’ 아이디어의 한계가 실행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일부 지적도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